<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16
어린이들이랑 약속을 했습니다.
"우리도 셰익스피어가 될 거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림책 <양배추 소년>(초신타 저, 고향옥 역, 비룡소)을 골랐습니다. 그림은 풍부하고, 글은 간결하고, 상상은 자유롭고, 감정은 깊으니까요. 가끔 <양배추 소년>이야말로, 굉장한 철학책이 아닐까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장점과 함께 <양배추 소년>이 최고인 이유는 엉뚱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양배추 소년>을 읽고 듣고 봅니다. 배가 고픈 돼지 아저씨가 양배추 소년을 먹으려고 하는데, 양배추 소년이 자기를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줍니다. 코가 양배추로 변하는 돼지, 얼굴이 양배추로 바뀌는 사자, 몸 전체가 양배추가 된 고래를 본 돼지 아저씨는 울고 싶어 집니다. 배가 무지무지 고픈데, 양배추가 될 수도 없고... 어쩌면 돼지 아저씨는 이미 양배추 소년과 친해져서, 소년을 먹을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양배추가 되기 싫다는 건 그저 핑계일 것 같아요.
"양배추 소년과 돼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 장면 전에 어린이들에게 꼭 물어봅니다. 어린이들이 여러 답을 합니다. 정답은?
책의 마지막 장면은, 세계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멋집니다.
책을 경험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깔깔거리느라 바쁩니다. 이 '깔깔'의 원천이 되는 '엉뚱'을 시 쓰기 활동으로 삼았습니다. 슬플 때도 좋을 때도, 이런 ‘엉뚱’과 ‘깔깔’이 힘이 되길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요.
<활동 순서>
1. 어린이들이 만들 시극에 관해서 짧게 알려주기
- 어린이들은 이미 셰익스피어와 그림책으로 독백시를 써 보았습니다.
- 독백시를 모아 시극(정확히는 시낭송극)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2. <양배추 소년> 함께 읽기
- 책을 읽기 전에 양배추 소년으로 시낭송극을 만들자고 이야기합니다.
- 어른이 <양배추 소년>을 읽지만, 서로 웃으면서 대화하면서 읽어갑니다.
- <양배추 소년>이 왜 재미있는지 함께 찾아봅니다.
3. 엉뚱 감각 찾아보기
- 돼지 아저씨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각자가 '슬펐던 기억'으로 짧은 시를 써 봅니다.
- 각자의 슬픈 시에 엉뚱 감각을 넣는다면 어떨지 함께 이야기해 봅니다.
- 처음에는 어른이 적극적으로 엉뚱 감각의 예를 들어봅니다.
4. 엉뚱 시 쓰기
- 함께 이야기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 새롭게 시를 써 봅니다.
- 기분 좋게 슬픔과 엉뚱이 만난 각자의 시를 발표합니다.
<똑똑똑>
1. 어떤 책을 시(낭송) 극의 재료로 고를지는 자유입니다. 하지만 원칙은 있습니다. 우선 책을 고른 어른이 좋아야 한다는 사실, 다음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이 어린이들 숫자만큼 등장해야 한다 등등입니다.
2. 무슨 책을 재료로 삼았던, 첫 번째 시간에는 그 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시희곡을 쓰든, 그 재료가 되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해해야 하니까요. <양배추 소년>의 인물을 분석하고, 바로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슬픔과 엉뚱을 섞은 시를 먼저 쓴 이유도 같습니다.
3. 어린이들이 만들 극을 정통(?) 시극이 아닌 독백시가 모인 '시낭송극'으로 정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정통 시극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극 수업만큼 많은 전문성과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어린이들의 자기표현이라는 관점에서는 각각이 독백 시를 쓰고, 낭송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