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소년을 이해하기란
- 시극<양배추 소년> 준비 2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17

by 열무샘

'만약 당신이 <양배추 소년>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한 명을 연기해야 한다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절대 '양배추 소년'은 연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책 속의 양배추 소년은 정말 알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신을 먹으려고 하는 돼지 아저씨를 맞닥뜨렸는데도 겁을 내지 않습니다. 누구나 도망을 치든 살려달라고 소리를 칠 것 같은데, 양배추 소년은 끄떡없습니다. 느긋하고 침착하게 "당신이 날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게요."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양배추 소년은 돼지 아저씨의 눈앞에서 양배추로 변해 버린 돼지 아저씨와 각종 동물을 등장시키는 마법까지 부립니다. 양배추 소년이 아니라, 양배추 마법사처럼 보입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에서 양배추 소년에 대해서 또 놀라고 맙니다. 돼지 아저씨에게 먹을 걸 사주겠다고 하네요. 양배추 소년에게는 돼지 아저씨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줄 돈까지 있습니다. 진작에 아저씨에게 맛있는 걸 사주겠다고 하지, 얄밉기까지 합니다. 얄밉다가도, 자기를 먹으려고 한 아저씨를 위하는 마음이 대단해 보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양배추 소년을 연기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어린이들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누가 양배추 소년을 연기할지 모르겠지만(어린이들이 만드는 시낭송극 <양배추 소년>은 역할을 먼저 정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제비 뽑기로 역할을 결정합니다.), 주인공을 이해하는 일은 이야기 읽기의 기본이니까요.


어머나! 어른은 또 깜짝 놀라고 맙니다. 어린이들 모두 양배추 소년이 되어서 '일기'와 '시'를 쓰자고 했는데, 그냥 써버립니다. 무서웠지만, 돼지 아저씨가 불쌍했다. 양배추로 변한 동물을 보여주는데 기분이 좋았다 등등.


양배추 소년을 이해하지 못한 건 어쩌면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어린이들은 감정이 우선이고, 복잡하고 나쁜 마음보다는 간결하고 좋은 마음을 선택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어린이들은, 양배추 소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나 봅니다. 어린이들이 어른이 된다면, 지금의 어른처럼 어려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이가 어린이였을 때는...


<활동 순서>

1. 그림책 <양배추 소년> 다시 읽기

- 시낭송극을 준비하면서 거의 매번 그림책을 읽습니다.

- 같은 책도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2. 양배추 소년이 되어 일기 쓰기

- 양배추 소년의 감정과 마음을 함께 추측합니다.

- 양배추 소년이 되어서 일기를 씁니다.


3. 일기를 바탕으로 시 쓰기

- 일기를 바탕으로 시를 씁니다.


<똑똑똑>

1. 어린이들마다 조금씩 다른 일기와 시를 씁니다. 어린이들이 어떤 감정에 주목하는지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2. 시를 쓰기 전에 긴 글을 써 보는 건, 시 쓰기를 위한 준비이면서, 시의 특별함을 알 수 있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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