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다른 반복
-시극<양배추 소년> 준비 3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 18

by 열무샘

시낭송은 <시 쫌 쓰는 어린이> 활동의 마무리입니다. 그동안 익히고 실행하고 드러냈던 것들을 낭송극으로 모아내는 과정이죠. 흔히 ‘결과물’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결과물’이 늘 괴롭습니다. 즐겁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막상 앞에 두면 마음이 턱 막힙니다. 차이, 고유함, 협력, 다양성을 그렇게 말해 놓고도, 결과물을 준비하다 보면 어린이들을 다그치고 미워하는 저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적어도 이번 시낭송극만큼은 그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래 이번만큼은!


준비 활동 1과 2도 그랬습니다. 충분한 과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역할을 정하고, 대사를 만들지 않고, 그림책 <양배추 소년>을 즐기고, 타인의 마음이 되어 보았습니다. 두 활동 모두, 시 쫌 쓰는 어린이들과 여러 번 해왔던 익숙한 작업입니다. 이번에도 다시 꺼냈습니다. 이미 해 봤던 활동이지만, 시낭송극의 과정에 넣으면 전혀 다른 감각을 만들어 줍니다.


준비 활동 3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의 가장 기본인 ‘감각’을 중심에 놓았습니다. 감각은 시뿐 아니라 모든 표현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돼지 아저씨는 배가 너무 고프데. 너희들도 배 고플 때 많지?"

"그럼요. 지금도 배가 고파요."

양배추 소년 돼지.jpg


활동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배가 고플 때 내 몸이 어떤지, 내 감정은 어떤지, 나는 어떤 말을 하는지 수다를 떨었고, 그 수다를 바탕으로 시를 썼습니다.


어린이들이 시를 씁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배가 고프면,

몸이 막 떨리고, 입에서는 "아무 거나"라는 말이 자꾸 나오고, 슬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활동 순서>

1. 그림책 <양배추 소년> 함께 읽기

- 오늘은 ‘배가 고픈 돼지 아저씨’의 마음으로 읽어보자고 제안합니다.

- 매번 읽어도 매번 달라집니다.


2. '배가 고프면 나는' 감각 드러내기

- 배가 고프면 몸이 어떻게 되는지, 손과 눈이 어떻게 되는지

- 배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 마음이 어떤지

- 입에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3. '배가 고픈 나'를 주제로 시 쓰기

- 재미있게 시를 쓰기로 합니다.


4. 돼지 아저씨에 전하는 한마디 말

- 마지막으로 돼지 아저씨에게 전할 말을 생각해 봅니다.


<똑똑똑>

1. 긴 시간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린이들 한 명, 한 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어른이 느긋하게 활동 전 과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 반복과 반복이 쌓이면서, 조금씩 변하는 어린이와 자신을 찾아보아요. 인생도, 교육도, 관계도 모기향처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넓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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