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와 오렌지
내 그림자는 빛이 나를 통과한 증거다. 검정이 짙을수록, 내 몸에 그만큼의 빛이 찾아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림자는 최고로 길어졌다 점점 짧아지고, 짧아져서 다시 최고로 길어진다. 한낮의 그림자가 가장 짧다. 한낮 태양이 내 바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놀이터에서 a가 나에게 그림자는 왜 생기냐고 물어본다. 대답을 했더니, 또 계속 물어본다. 그런데 왜 짧아, 왜 길어, 왜 진한 색이야, 왜 연한 색이야. 내가 장황한 답을 하는 중에 a는 또 다른 놀이를 하러 간다.
그 틈새로 상상을 한다.
한 낮의 태양이 내 정수리 위애 있는 그림, 내가 굉장히 환해지는 느낌이다. 그 때 그림자는 최고로 짧다.
햇빛을 많이 받을수록 그림자는 짧고 짙다.
검은 점처럼 작고 단단한 그림자를 지닌 사람은 빛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a도 아이들도 그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