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빛, 열, 우연, 생명

by 열무샘

아이들이 만든 천체 모형의 중심은 태양이다. 어쩔 수 없이 태양의 모양이 동그란 구다. 나무의자에 a랑 둘이 앉았다.

“태양이 원래 저런 모양이 아니야.”

“그럼 무슨 모양인데.”

“계속 펑펑 폭발을 하거든. 계속 빵빵 터져.”

“그래? 그럼 지구랑 다른 별은?”

“지구랑 다른 별은 저 모양과 비슷해. 지구는 거의 같아.”

“왜 지구랑 다른 별은 동그란 거야. 왜 폭발을 안 해.”

행성과 별의 차이를 알려주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지구는 별이 아니라는 말을 하면 아이들은 실망을 하곤 한다.

“있잖아.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려놓지. 그럼 냄비가 뜨거워지잖아. 태양은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불이고, 지구는 냄비야.”

a가 어이없어한다.

“뭐라고. 지구가 냄비라고.”


겁이 많은 나는 불을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스불이 세게 켜지면, 내 머리카락이 타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몸을 움찔거린다. 불 위에 있는 냄비도 프라이팬의 열도 비슷하다. 겁내고 긴장하는 바람에 더 자주 종종 손을 데곤 한다.

그래 놓고는 태양이 더 강해지기를, 하늘은 더 환하고, 공기는 더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태양의 영향이 커지면, 나와 내 세계가 더 좋아질 것처럼 착각하면서.


a가 더 커서, 우주에 관해 더 알게 된다면 내 말을 기억할까? 태양은, 태양이 만드는 빛은 인간이 마주친 불과 비교도 되지 않게 강력하다는 걸, 그 강력함은 생명 자체를 가능치 않게 한다는 걸 a도 알 수 있는 때가 올 테다. 그때쯤이면, a는 또 많은 일을 경험할 테다. 내가 무서워하는 불과 열 따위와 비교할 수 없는, 더 두려운 사건과 대상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 현재도 그렇지만 그 때쯤이면 더욱더 a는 스스로 좌절과 상처와 공포를 겪어내야 한다.


지구가 금성도 아니고 화성도 아닌 지구라서, 태양과 거리가 딱 적당하기에, 달의 존재를 포함한 수많은 우연의 조건이 있기에, 생명이 존재했다. 내가 a가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과 우연으로 빚어진 딱 그 조건 때문이다. a는 아마 이 생명이 가능한 우연의 조건에 대해서도 알 것이다. 아니 알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태양이 있으니까, 빛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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