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적인 빛

거대하고 두려운 우주

by 열무샘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그러면서도 우주는 활기차고 사무적이다.” - 메리 올리버


한숨이 나왔다. 이 아름다운 문장을 읽고.


부풀어 오른 풍선의 크기는 다 다르다. 작고 힘없는 풍선, 적당한 크기의 풍선, 커질 대로 커져서 곧 터질 것 같은 풍선. 작고 힘없는 풍선은 스스로 쪼그라든다. 저 큰 풍선은 예측대로 터져 버린다. 하늘로 날아가는 풍선은 적당한 크기의 풍선이다. 별은 풍선 같다. 태어날 때부터 아주 작은 풍선은 몇 번의 약한 폭발 후에 사그라진다. 큰 별은 거대한 빛을 방출시키다 곧 생명을 다하고 블랙홀을 만든다. 폭발과 함께. 중간의 풍선은 스스로 폭발하고 빛을 내다 어느새 작아져서 생명을 다한다. 지구를 가능하게 한, 생명과 나를 존재하게 하는 태양은 중간 크기의 별이다.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는 아주 조금씩, 그러나 우주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속도로 작아지고 약해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끝이다.


상상한다. 영상으로 보았던 장면을 토대로. 별이 폭발하다 사라지고, 스스로 사라지고, 처음부터 없는 것 같이 사라지는, 그 무수한 많은 별들이 도처에서 무수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일을. 활기차고 아름답다. 상상 속의 우주는.


요즘의 내 일터는 우주를 능가한다. 여기저기 빛을 내며 폭발하는 별천지다. 누군가는 아이를 별이라고 지칭하는 게 무척 아름답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어쩌면 좋을까. 내게 별은 폭발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엄청난 존재다. “태양 가까이에 갈 수 없어. 그럼 우리는 죽어.” “블랙홀은 상상도 못 해. 그냥 없어져 모든 게.”라고 말할 때 그 별이다. 게다가 그 별은 제각기 모두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누구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누구는 거대하지 못해서 있는 힘을 다 내고.


얘들아. 나 무서워.


아이들은 나의 두려움을 눈치채고 있을까?

물론 관심도 없겠지. 아이들은 자기 자신만을 느끼는 것으로도 너무 바쁘니까.


다시 메리 올리버의 아름다운 문장. ‘사무적’. 사무적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편안한지.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고,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가능하면 걷고, 책을 읽고, 오전에는 몇 가지 계획을 세우고 마무리를 하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있고, 일주일 중 하루는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일 년 중 한 두 번 정도는 짧은 여행을 가고. 내가 원하는 삶은 딱 이 정도, 요만큼의 사무적인 삶인데.


메리 올리버가 경탄한 우주는 과학적 사실이다. 펑펑 터지고 도처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각각의 별은 완벽에 가깝게 운동하고 있다. 달과 지구와 태양은 물론. 하늘의 저 별들은 각자의 방향과 거리를 유지하며 움직이고 있다. 서로의 무게로, 서로의 힘으로 만들어 낸 수많은 ‘력’들에 기대서. 그러니까 아이들 역시도 무게와 에너지와 중력과 인력으로 리듬을 만들고 움직이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아이들의 우주도 지극히 ‘사무적’이라는 걸.


한숨을 쉬고 난 뒤 어떤 문장이 와야 하는지 나는 안다. 그래서 한 숨을 쉬다가도 또 사무적으로 잘 살아간다.

저 활기차고 사무적인 우주는, 별은, 바로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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