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8. On the Road

Camino de Santiago, Spain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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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채 만한 배낭을 메고 끝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애초부터 가진 게 없어 배낭 또한 가벼울 거라 생각했던 것은 내 과오였던 걸까. 저울 위에 오른 배낭은 11kg이라는 숫자를 뱉어내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무조건적인 가벼움과 비움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어쩌면 나는 주류에 들지 못하는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비주류라 해도 괜찮았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들을 감당하며 조금씩 넓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11kg의 배낭에 익숙해지는 동안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것들을 내려놓을 일이 생겼다. 길을 걷다 보면 널어놓은 빨래를 걷어오지 않거나 샤워 후에 챙겨 오지 않아 잃어버리는 것들이 생겼고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는 조금 덜 필요한 물건을 그것이 필요한 누군가와 나눌 상황들이 생겨났다.



그렇게 배낭은 조금씩 가벼워졌다.

더 멀리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마음은 무언가로 채워졌고 배낭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나눔으로써 다시 무언가로 채워지는 아이러니 한 일을 배우는 것이었으며 그것을 바로 인생이라 부른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 순간이었다.



길이라는 단어를 인생이라는 단어로 바꿔 읽자 걷는다는 단어가 산다 라는 운율로 읽히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인생을 걷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Jessie Jeong


호주 여행생활자 / 퍼스 일상 여행자 (May.2012-Jan.2017)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May.2013-July.2013)



서호주를 지구 세 바퀴만큼 여행한 사람

글을 쓰고 사색을 즐기며 여행을 통해 인생을 채워가는 사람

와인과 달리기 그리고 책이 없다면 인생이 심심했을 사람

알면 알 수록 신기한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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