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 날

아무튼 복싱_ 다시 시작하기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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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국에도 조금씩 전파되기 시작하던 2월 무렵, 나는 한창 재미를 느끼던 복싱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때가 2월 말이었으니 다시 복싱을 시작하게 된 건 7개월이나 지난여름에서부터였다. 코로나가 그때보다 더 심각해진 요즘이지만 퇴사를 하고 몸과 마음의 체력이 모두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에겐 채찍이 필요했다. '회원이 줄어 힘들죠 뭐' 하면서 나를 반겨주시는 관장님은 코로나를 겪는 동안 여전한 모습으로 굳건히 체육관을 지키고 계셨다. 요즘은 사라지거나 멀어져 가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버텨주는 존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많은데 나에게는 체육관이 그러했다.




오전 11시, 체육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운동복을 갖춰 입고 체육관으로 나섰다. (백수의 좋은 점은 사람이 없는 시간에 운동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쉬는 동안 급격히 나빠진 체력을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기에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보다 멍청하게 앉아 흐르는 시간을 보내는 스스로를 상상하는 것이 더 괴로웠기에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3개월 운동 비용을 결제하며 퇴직금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늘어지는 몸과 마음을 바라보는 것보다 매사 긴장하며 단단하게 살기 위해서는 복싱을 배우는 지출 정도는 으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자위했다.




체육관에 가면 항상 같은 흐름으로 운동이 시작된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스트레칭인데 목부터 어깨, 팔, 허리, 발목, 무릎까지 몸을 풀고 나면 줄넘기를 시작한다. 한창 운동을 하던 당시에는 줄넘기 3세트부터 준비 운동까지 한 템포로 어렵지 않게 해냈던 것 같은데 7개월 만에 운동을 시작한 나는 줄넘기 1세트에도 얼굴이 달아올라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그건 물론 마스크의 영향도 컸지만 말이다. 줄넘기 3세트를 겨우겨우 넘어 내는 동안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선풍기 앞에 서서 잔뜩 망가져버린 스스로의 체력과 정신력에 화가 나고 말았다. 내가 고작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손에 붕대를 감는 법도 잊어버려 처음 복싱을 배우던 날처럼 관장님께서 붕대를 하나하나 감아주셨는데 잔뜩 풀 죽은 나를 보며 관장님은 말씀하셨다.


"몸은 한 번 배운 것들을 기억해요. 일단 한 번 뛰어보면 금세 따라올 수 있을걸요? 걱정하지 말아요"



관장님의 구령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몸이 그 간의 훈련들을 조금씩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나는 금세 자신감을 회복해가고 있었다. 어렵게 배운 것들은 시간이 흐른 뒤라도 노력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치는 중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고 망설이던 것들을 다시 돌아본다. 시도하다 그만두어버린 것들,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To do list 위에 몇 달째 머물러 있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은 약해진 내 의지가 미뤄둔 일들이었다. 피곤하다는 핑계에 묻혀 침대 위에서 잠들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나는 그늘에서 비로소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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