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가 모여 자존감이 된다.

아무튼, 복싱 _ 자존감을 키우는 습관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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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기까지의 행동이 힘들다고 했던가. 운동을 시작한 첫날, 기력 없는 모습으로 운동화에 발을 욱여넣는 내 등 뒤로 관장님은 말씀하셨다. 그 말씀은 내가 복싱을 처음 시작했던 날에도 들었던 이야기였다.



"오늘부터 몸이 엄청 아플 거예요. 그래도 참고 일주일 동안 꾸준히 하면 다음 주부터는 몸이 풀릴 테니까 꾸준히 나오세요"



고통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매일 눈을 뜰 때마다 혹은 숨 쉴 때마다 온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은 너무 오랜만이어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웬만한 근육의 고통은 즐거움(?)으로 승화할 수 있던 나였는데 플라잉 요가나 필라테스를 할 때의 고통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땐 허벅지의 고통만 이겨내면 되는 것이었는데!) 복싱은 전신운동이기에 허벅지, 허리, 어깨 그리고 등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우루사에서 나오는 '피곤'이라는 이름의 곰을 서너 마리는 얹고 4일째 살고 있는데 대부분의 체력을 이곳에 써버려서인지 집 안일은 뒷전이 되어 버렸다. 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4일 차이지만 고통을 무릅쓰고 매일 한 시간 반씩 운동을 하고 있다. 백수의 하루를 허송세월 보내지 않고 운동으로 채우기로 결심한 이후 나의 운동 루틴은 이러하다.


스트레칭 - 줄넘기 3세트 - 준비운동 - 기본 동작 복습 - 새로운 동작 습득 - 샌드백 연습 - 링 위 쉐도우 복싱 및 관장님과 훈련 - 복근 운동




첫날은 벨이 울리기까지 3분이라는 시간을 채 채우지 못하고 줄넘기를 멈췄지만 이틀 째 되는 날은 줄넘기 1세트를 쉬지 않고 해냈고 삼 일째 되는 날은 3세트를 겨우 멈추지 않고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조금씩 해내고 있다는 작은 성취감이 매일 나태해진 나에게 운동화를 신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어준다. 꽤 무료했던 일상에 작은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데 땀을 비 오듯이 쏟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언제나 '글감'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곤 한다.





KakaoTalk_20200919_101254151.jpg @상봉동, 우리 집 옥상

내가 운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나 자신의 존재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복싱의 러닝타임 3분에 맞춰 체육관에는 일정하게 종이 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냈을 때의 나 자신은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 대단한 존재가 된다. (이 것은 내가 장담할 수 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퇴사를 하고 무료하게 집에서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던 올드미스(아줌마니까 올드미스..)였지만 복싱을 하는 시간 동안만큼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땀을 흘리는 예비 작가이자 멋진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이다. 결코 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을 해내는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것만큼 짜릿하고 멋진 경험은 없다는 것을 나는 매번 느끼는 중이다. 단지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런 경험들이 하나 둘 줄어들고 삶에 치이며 조금씩 자신감을 잃어간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좋은 것은 곁에 있는 이와 나누고 싶기에 곁에 있는 이에게 권유했지만 짝꿍은 체력의 한계로 떨어져 나간 지 오래였고 이젠 혼자 묵묵히 복싱을 해나간다. 혼자 하는 운동을 무슨 재미로 하느냐고 종종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묻는다. 결혼을 했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외로움이나 자존감을 다독이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혼자 해나가는 운동도 결국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고 이겨내는 개인의 몫이다. 강요하는 사람이 없기에 스스로가 더 엄격한 감독관이 되어야 하는 복싱처럼 나 자신의 의지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성취가 자존감을 미미하게 성장시켜주고 있다.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고 훈련하며 성장통을 겪게 되는 것처럼 삶도 그런 의미에서 복싱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다고 나는 대답해주고 싶었다.






Background.jpg 호주의 사막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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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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