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복싱_ #어른도 칭찬에 목마르다
일주일에 최소 3일 그리고 2시간씩 복싱장에서 트레이닝을 한다. 미미하지만 복싱장에 갈 때마다 어제 배운 동작이 조금 더 나아졌을 때 그리고 체력이 조금 더 길러졌음을 스스로가 느낄 때면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스스로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과 뿌듯함을 주는지는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평일 6시 반 언저리에 퇴근을 하고 나면 집에서 가볍게 허기를 해결하고 온 몸의 근육들을 깨워주는 노래 한 곡을 들으며 복싱장으로 향한다. 허기를 해결했지만 완전히 채운 것은 아니기에 복싱장 가는 길목에 있는 삼겹살 집을 지나는 일은 꽤나 곤욕스럽다. 나도 모르게 유리창 너머 솥뚜껑 위 삼겹살과 지글지글 구워지는 김치를 곁눈질로 훑게 되는 것은 지극히 정말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함께 그 삼겹살을 먹을 사람도 없지만 요즘의 베짱이라면 혼자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소주 1병에 삼겹살 1인분을 호기롭게 주문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삼겹살 집을 지나고 나면 가장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재빨리 걸음을 옮겨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낡고 오래된 방석집들을 지나고 카페를 두 개 지나면 비로소 복싱장에 도착하게 된다. 4층에 자리하고 있는 복싱장에 걸어 올라가는 일까지 운동하러 가는 길에는 크고 작은 유혹들이 있지만 그들을 이겨내고 복싱장에 도착하고 나면 작은 성취감이 밀려온다. 사실 이 성취감을 위해 나는 복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트레칭, 줄넘기, 기본 동작 훈련을 끝내고 나면 쨉과 훅, 어퍼 그리고 더 킹 동작들을 거울을 보며 연습하게 된다. 거울 앞에서 묵묵히 혼자 훈련을 하다 보면 관장님이 자세를 교정해주시거나 피드백을 주시곤 한다. 아주 기본적이고도 사소한 동작이지만 관장님의 "잘하고 있어요. 훨씬 나아졌는걸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연습할 때는 느끼지 못한 나의 작은 성장이 관장님의 피드백을 통해 비로소 발견되는 순간인데 회사나 일상생활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칭찬과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아마 내가 복싱을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였을 것이다. 생계를 위해 월급과 시간을 맞바꿔 살며 잊고 있던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존감과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열정을 우리는 얼마나 잊고 살아왔던 것일까. 많은 회사들이 개개인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다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회사들은 하나의 부품처럼 직원들을 대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 쳇바퀴 같은 삶을 살면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잊어버리고 사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잘했어!" 혹은 "굉장히 많이 성장했는걸?" 같은 칭찬들을 잊어버린 채로 매일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기에 관장님이 진심을 담아 건네주신 칭찬이 그토록 반가웠던 모양이다.
칭찬을 통해 비로소 더 성장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의 성장 환경을 되돌아보면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고 말이다. 관장님의 칭찬과 애정 어린 피드백이 나를 자꾸만 복싱장으로 걸음을 옮기게 한다. 복싱을 한 지 어느덧 3달, 그 간의 훈련을 되돌아보면 처음엔 흔들리던 중심축이 더 단단해졌고 내지르는 주먹에 강단이 생겼으며 공격과 함께 수비를 해내는 순발력도 키워졌다. 무엇보다 나약한 마음이 숱한 유혹들을 이겨내는 훈련을 통해 조금은 단단해진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성취일 것이다.
복싱장을 나서며 나는 어른들에게도 얼마나 많은 칭찬이 필요한 지를 떠올린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꽤나 인색했던 칭찬과 애정 어린 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에겐 그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곳이 바로 중랑구의 작은 복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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