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균형 잡기

아무튼 복싱_ #5 몸과 마음의 균형 잡기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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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의 기본 : 균형 잡기



몸통 돌리기를 할 때나 가장 기본 스텝을 밟으며 훅을 날릴 때, 방어를 할 때, 상대의 기술을 피할 때. 그 모든 동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이론은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이 흐트러지면 공격을 당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제자리를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치명타를 입기 쉽다. 관장님은 앞으로 혹은 뒤로 물러나 있는 내 자세를 보시고선 매일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균형 똑바로 잡고"라는 피드백을 주곤 하셨다. 두 달간 쉴 새 없이 듣던 '균형'에 대한 이야기는 복싱 3달째에 들어서자 조금씩 잠잠해지고 있다. (물론 새로운 동작을 배울 때마다 다시 듣게 될 말이지만 말이다) 거울 앞에서 수도 없이 흘린 땀방울이 그 이유일 테지만 그 땀방울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줄넘기라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균형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온 몸의 근육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근육들을 키우는데 가장 기여도가 높은 것은 바로 줄넘기였다. 보기엔 그저 줄을 넘는 단순한 행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줄넘기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다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근육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다. 줄을 넘으면서도 몸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바른 자세를 만드는데 매일 10분 간 줄을 넘으며 조금씩 나아지는 몸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일단 외형적으로는 건강해 보인다는 피드백을 듣게 된 것이 가장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무게 중심 잡는 법을 몸이 조금씩 기억하게 된 것이다. 몸이 무게 중심 잡는 방법을 익히게 되면 어떤 자세에서도 빠르게 다음 동작을 취할 수가 있는데 순발력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복싱에서는 균형 잡기가 필수적이다. 균형을 잘 잡기 위해서는 그간 배워왔던 기본 동작들을 반복적으로 쌓아가야 하기에 복싱장 입구에는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라는 말이 붙어있는 모양이다.








KakaoTalk_20200202_222834818_01.jpg 집 옥상에서 바라보는 풍경



그러고 보면 나는 삶에 있어서도 자주 흔들리곤 했다. 아무도 나에게 균형 잡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말해주는 이도 없었다. 그렇게 이상적인 삶을 사느라 등한시했던 현실에는 가족도 있고 연인도 있고 친구도 있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살아가는 동안 나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잊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드는 무모함이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 나는 무척이나 이기적 이게도 나에게로 기울어진 삶을 살아왔다.



집과 일의 균형, 가족과 개인적인 삶의 균형, 가야 할 길에 대한 이상적인 철학과 현실의 균형.



여전히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일은 나에게 숙제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 숙제를 해나가는 동안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리라는 것을 믿고 있기에 나는 매일 줄넘기를 넘는 것처럼 삶에서도 나름의 훈련을 해나가고 있다. 좋은 책을 읽고 앞서 많은 내공을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글을 쓰고 주변의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의 말과 격려를 전하는 일들.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살았던 사사로운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도 모르는 새 마음의 근육이 되어 삶의 균형을 잡는 아주 큰 뼈대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다. 결국 크고 거창한 것들이 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것들이 반듯하고 균형 잡힌 나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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