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의미에 대하여

아무튼 복싱 #6

by Jessie



KakaoTalk_20200209_195504430.jpg C. Jessie





일 분 전만큼 먼 시간은 없다

짐 비숍







나는 단 한 번도 1초가 얼마나 긴 시간 인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이면 얼마나 단단해지는 지도 말이다.




3분을 초로 환산하면 180초. 지하철로 대략 한 정거장을 이동할 때 드는 시간이며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인스턴트식품을 한 그릇의 요리로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고 대략 노래 한 곡이 재생되는 시간. 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 3분이라는 시간에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바로 복싱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복싱의 모든 훈련은 3분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스트레칭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줄넘기도, 기본 체력 훈련도, 샌드백을 치는 시간도, 링 위에서 훈련을 하는 것도 모두 이 3분의 시간에 맞춰 이뤄진다. 보통 복싱 경기는 한 라운드가 3분 동안 진행되고 1분을 쉰 후 다시 3분 동안 경기를 하고 다시 1분을 쉬는 패턴으로 진행된다. 체육관에서 훈련을 할 때는 몸을 3분이라는 시간에 적응시키기 위해 타임벨이 3분 그리고 30초 휴식을 기준으로 울린다. 다른 훈련들도 물론 힘들지만 이 3분이 가장 더디 흐를 때는 바로 스피드 백을 칠 때 그리고 관장님과 링 위에서 훈련을 할 때이다.



스피드 백은 3분 동안 제자리에서 있는 힘껏 뛰며 샌드백을 빠르게 치는 훈련으로 기초 체력과 지구력을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누구 하나 감독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 순간은 스스로가 코치가 되어 스스로의 지구력을 단련시킨다.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일정한 힘과 속도로 샌드백을 쳐야 하는데 팔과 다리를 동시에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체력적으로 현타가 오는 지점이 온다.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러너스 하이 정도가 아닐까. 팔다리는 나의 것이지만 그것을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신의 몫임을 알게 되는 경험이다. 그 지점을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한 세트를 끝내고 나면 하루 중 스스로가 가장 기특한 시간이 온다.


두 번째는 관장님과 링 위에서 하는 훈련의 시간이다. 관장님이 불러주시는 자세를 빠르게 취하고 공격을 피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3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자세를 통해 공격을 하기도 또 피하기도 하는 훈련이다. (거기다 관장님의 '더 빨리, 어깨 움직여, 중심 잡고'와 같은 피드백을 순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3분이라는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복싱을 하면서 온 몸으로 깨닫게 된 3분이라는 시간은 무척이나 생소하고 특별한 것이었다. 흘러가는 1분, 1초라는 시간의 입자를 모든 감각을 통해 느끼게 된 경험이었을 뿐만 아니라 눈앞에서 쉼 없이 흐르는 시간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복싱장의 타임벨이 나에게 준 깨달음 중 하나였다.





tumblr_npgrh19NOm1sis8guo1_500.jpg c. tumblr



2분 30초가 되면 30초가 남았음을 알리는 타임벨이 다시 세 번 울리는데 이 시간이 되면 온 몸의 모든 고통은 희열로 바뀌기 시작한다. 남은 30초 동안 몸에 남아있는 모든 힘을 다해 샌드백을 치고 나면 비로소 1라운드가 끝났음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온몸에 남아있는 힘과 땀을 모두 쏟아내고 나면 머리 위로 하얀 김이 올라오는데 바닥에 누워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 하루를 누구보다 값지게 보냈음에 기꺼운 기분이 되곤 했다.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한 사람의 땀에 젖은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는 대회를 준비하는 복서분들을 보며 느꼈다. 그렇게 흘린 땀과 땀냄새가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는 그들의 성장만이 증명해 낼 것이다. 3분의 시간 동안 스스로와 타협하지 않는 이 훈련은 더 나아가 내일의 내가 삶의 작은 유혹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알려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복싱장에서 매일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구독'과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Instagram

일상 계정 @fightingsz

그림일기 계정 @jessie_evenfolio

https://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hl=ko





keyword
이전 05화몸과 마음의 균형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