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저는 주변 친구들에게 '보는 눈이 없다'라던가 '눈이 낮다'는 말을 꽤나 많이 들어온 편입니다. 저에겐 꽤 성시경을 닮은 듯 보였던 X-남자친구를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돌아왔던 날, 친구들은 그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지금까지도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저의 '괜찮은' 기준치가 남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양입니다. 무튼, 그 사건 이후로 저는 제가 외모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고 늘 자신하며 지내왔습니다. 외모보다는 그 사람의 본질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신혼 2년 차, 자꾸만 넓죽하고 축축 쳐지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남편이 미워보이는 이 현상은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권태기가 이런 느낌인걸까요? 저는 제가 외모를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고 말았습니다.
살이 찌는 본인의 모습에도 체력 관리라고는 눈꼽만큼도 하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한 숨이 나오는 날이 참 잦았습니다. 함께 등록했던 복싱도 결국 혼자 다녔으니 남편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 차라리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자주 들더군요. 그 와중에 남편이 베트남으로 파견을 갔으니 주변 사람들은 신혼에 임신 중이라 롱디를 하는 저를 걱정했지만 사실 권태감이 밀려오던 중 남편의 출장 소식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쿠..쿨럭)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요. 샤워를 하러 들어가 화장실 거울을 보면서 저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저 역시 제모는 한참이나 잊은 긴장없는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무리 부부라도 적당한 긴장감과 자기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요즘입니다. (밑 줄 그어야해요 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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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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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