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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May 29. 2022

107화. 육아 동지

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저에게는 꽤 든든한 육아 동지가 있습니다. 언제든 바통터치를 할 수 있을 만큼 아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제 짝꿍입니다. 남편이 우여곡절 끝에 개발팀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이후 많은 것들이 꽤 바뀌었습니다. 베트남에서 돌아와 저의 친정이 있는 울산에서 자리를 잡은 것도, 한 달에 두어 번 회사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것도 꽤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물론 남편에게도 긍정적인 변화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된 지 300일을 막 넘긴 요즘은 만약 남편이 곁에 없었더라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종종 떠올려보곤 합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저를 발견하게 되네요.. 한창 무언가를 붙잡고 일어서거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는 아기는 곁에서 지켜봐 주지 않으면 늘 사고를 치고 있답니다. 그와 함께 제 곁에서 늘 사랑을 갈구하는 강아지 심바까지, 아마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 있어주는 남편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미 육아 우울증에 깊이 빠져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아기 엄마가 된 친구들이 하나 둘 단발머리를 하는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놀러 갈 때마다 늘 입고 있던 얼룩덜룩한 티셔츠나 무릎이 한참 마중 나온 바지도 말이죠. 막상 아기 엄마가 되자 겨우 육퇴를 하고 하루 종일 찌든 몸을 씻고 나오면 머리를 말리는 것이 늘 성가신 일이었고 하루 종일 아기가 매달려 있는 티셔츠에 분유, 이유식, 눈물, 콧물 같은 것들이 묻어나는 것도 무척이나 자주 있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댕강 잘랐고 아기를 돌보기에 가장 편하고 부담 없는 옷들만 매일 돌려가며 입는 삶을 저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겨우 재우고 나와 이유식이 얼룩덜룩 묻어있는, 늘어난 티셔츠를 벗고 있노라면 부엌에서는 부쩍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짝꿍이 설거지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든든한 뒷모습을 보면 가끔(..?) 설레기도 했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걸까요. (아마 남편도 지쳐 잠든 저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겠지요..) 저는 요즘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측은지심'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부부라는 존재가 이렇게 끈끈해질 수는 없는 것일 테니까요. 








좋아요 ‘구독’ 그리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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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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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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