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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n 06. 2022

108화. 엄마의 하루

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엄마라는 이름이 아직은 꽤 쑥스럽지만 나보다 가족을 위해 사는 모습은 엄마의 하루와 꽤 닮아가는 요즘입니다. 아침 여섯 시 언저리면 아기의 칭얼거림에 강제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전 날 만들어 놓은 이유식을 먹이고 쌓여있는 설거지를 합니다. 청소기를 밀고 아기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하고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남편과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오전이 훌쩍 흘러갑니다. 낮잠에서 깬 아기 뒤치다꺼리에 집안일을 바삐 끝내고 나면 하루가 훌쩍 흐르고 하루 종일 저와의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를 위해 유모차를 끌고 집을 나섭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아기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나면 잠들고 싶지 않은 아기와 빨리 재우려는 저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보내는 삶, 과연 엄마는 우리 남매를 키우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가끔 창 밖을 보며 떠올려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나의 하루지만 정작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날들. 이따금 산후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려보곤 합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문득 밀려오는 허무함이 스스로를 괴롭히곤 하거든요. 물론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열심히 도와주는 남편 덕분에 우울함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지만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그리고 지금은 고향에 내려와 있지만 내년 그리고 그 후년에는 어디에서 살게 될지를 예측할 수 없으니 안정감보다는 늘 변화에 대응하느라 허둥거리는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밤 아홉 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오롯한 ‘저’만의 시간. 이따금 부족한 체력과 잠을 보충하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만 낮 시간 동안 짝꿍과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야 하고, 강아지에게 사랑을 나눠주기도 해야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읽으려면 밤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곤 합니다. 혹시 엄마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인 건 아닐까요?


그래도 우울에 채 빠지기 전에 잠들어버리는 건 아주 다행스러운 일인 것만 같아요.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였더니 눕기만 하면 잠드는 일이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심바와의 산책은 빼놓을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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