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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n 16. 2022

110화. 기다림

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얼마 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쓴 글들을 모은 독립출판물의 서평을 부탁받았습니다. 각자의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글들을 읽으며 여러 번 울컥거렸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이 꽤 오래 머물렀던 글은 지금 저의 상황을 그려놓은 듯한 한 여성분의 글이었습니다. 아이가 생기고 강아지에게 점차 신경을 쓰지 못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차 없이 흘렀고 어느덧 그녀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담겨있었지요. 정신을 차리고 문득 돌아보니 그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바로 "기다려"라는 세 글자.


  제 자신을 돌아보니 저 역시도 심바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이 바로 기다리라는 말이었습니다. 아이 이유식을 먹일 때도, 기저귀를 갈 때도, 아이를 재울 때도 한 걸음 뒤에서 늘 저를 바라보는 심바에게 저는 늘 기다리라는 말만 하게 됩니다. 







 하루 종일 저와의 산책을 기다리는 심바를 생각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운동화를 꺼내 신게 됩니다. 하루 종일 기다리느라 목이 한 뼘이나 길어진 심바를 생각하면 한 시간의 산책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아무리 피곤해도 심바 그리고 샛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면 거짓말처럼 즐거운 기분이 되곤 합니다. 걷는다는 것은 맑은 날 빨래를 말리는 것처럼 우울함을 날려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거든요. 계절이 지나는 모습을 알게 되기도 하거니와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날들을 우리가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어느덧 샛별이가 걷기 시작하면, 또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면 다시 저와 심바는 오롯이 둘이서 걸음을 맞춰 걷게 되겠지요. 그땐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매일처럼 하게 될 것만 같습니다. 먼 훗날 심바가 떠나는 날이 오면 부디 저와 함께 걸었던 기억들을 안고 행복하게 가길 바라봅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늘 바닥에 누워있고 싶은 제 자신을 토닥거립니다. 오늘도 심바는 저와의 산책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피리 부는 강아지>라는 앱을 이용하면 강아지와 산책을 할 때마다 걸음수만큼 쌓인 사료 알을 유기견센터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매일 산책을 하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흥! 삐졌거든 

좋아요 ‘구독’ 그리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씁니다:) 


인스타그램

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http://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


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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