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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n 20. 2022

111화. 출산이 내게 준 것들

 워낙 밖순이에 운동을 좋아하는 터라 저에게 다이어트는 조금은 먼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임신을 하고 나니 그다지 많이 먹지도 않았지만 살이 슬그머니 찌기 시작했고 몸무게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고서야 출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산 직전까지 요가에 강아지 산책까지 병행했더니 20킬로그램이나 쪘지만 임신성 당뇨는 오지 않았답니다!) 주변 사람들이 산후조리원에 가면 자연스럽게 부기가 빠진다고 이야기를 해줬던 터라 출산 후 몸이 돌아오기를 기대했지만 산후조리원 밥이 너무 맛있어서였는지 저만 몸이 그대로였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했답니다.


 집으로 돌아와 모유수유에 유축, 집안일 그리고 강아지 산책까지 병행하다 보니 지난 10개월 동안 차츰차츰 몸무게가 빠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아기를 낳은 사람이 왜 이렇게 날씬하냐는 칭찬을 듣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다지 날씬한 건 아니지만 전과 비교했을 때는 20킬로그램이나 감량한 몸이라 후하게 칭찬을 해주시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셔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걸 조심스레 고백하는 바입니다.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봤을 때 저는 분명 출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으니까요.. (훌쩍..)


  요즘은 거울을 볼 때마다 문득 슬퍼지곤 합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짙어진 주근깨와 깊어진 주름 그리고 힘없이 빠지는 머리카락들 때문이지요. 한 때는 머리카락 빠지는 게 무서워서 머리 감는 시간이 가장 두렵기도 했습니다. (머리숱이 빈약한 자의 슬픔이여….) 모유수유를 하며 중력의 힘을 한껏 받은 가슴과 운동할 시간이 없어 힘없이 축 처진 엉덩이까지 볼 때면 ‘아이를 낳고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에 문득 울적해지기도 합니다. 산책을 할 때마다 삐걱거리는 골반이나 너덜거리는 손목도 우울함의 무게를 더해주는 요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하루 한 번, 발랄한 심바 그리고 샛별이와 산책을 할 때면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잊고 기꺼운 기분이 되곤 합니다. 심바 그리고 샛별이의 행복한 얼굴을 볼 때면 엄마가 되어서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육아 일상이지만 분명한 건 과거의 모습을 잃고 그 대가로 얻은 것들이 무척이나 저에게 의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결코 아이를 낳기 이전의 삶과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후회하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저을 것만 같습니다. 아마 이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공통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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