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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ug 14. 2022

116화. 아일랜드

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저의 20대를 돌아보면 섬에서 보낸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대학 생활을 위해 제주도로 날아간 것이 그 여정의 시작이었다면 호주에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플로리다 남단의 키웨스트 섬에서였고, 20대 후반은 호주 곳곳을 횡단하며 무모하게 청춘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이따금 불안에 기대어 살기도 했고, 컵라면 하나, 바게트 빵 하나로 끼니를 채우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제야 돌아보니 그 불완전했던 시간들이 아련해 보이기만 합니다. 사랑에 흠뻑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며 머나먼 나라로 배낭 하나를 둘러메고 훌쩍 떠난 적도 있었거니와, 걷고 걷다 보면 괜찮아질 것만 같아서 제주도 올레길을 혼자 걸었던 기억도 납니다. 푸르렀던 청춘의 시간들을 섬에서 보낸 것은 무척이나 다행인 일인 것만 같습니다. 돌아보면 온통 푸르고 초록이 가득한 기억들 뿐이니까요. 







 처음 제주도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육지 사람이 왜 제주까지 왔냐는 질문을 숱하게 들으며 대학생활을 했었거든요. (관광 학도가 되겠다는 저의 의지가 아마 저를 제주로 이끌었던 것이 아닐까요. 하핫) 많은 제주 친구들은 늘 육지에서 굳이 제주까지 온 저를 의아해했지만 저는 섬에서 보낸 3년 반의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좋아하는 곳에서 눈을 뜨는 일은 꽤 낭만적이었고 이따금 밤이 되면 좋아하는 아이와 기숙사 앞에서 만나 캠퍼스를 거닐며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중앙도서관 3층에 오르면 멀리서 푸른 바다가 보이는 것도,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나면 어디든 올레길이 존재하는 것도 모두 좋았거든요. 물론 제주에서 저의 가장 친한 단짝을 만난 것도 제주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주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덕분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자연유산(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만장굴, 한라산)을 자랑하고 있고, 고유의 방언이 더욱 제주를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뿐만 아니라 화산섬인 제주는 곳곳에서 다양한 화산지형과 지질자원을 발견할 수 있어 세계 지질공원으로도 인증되었답니다. 특히 서귀포 남단에서 즐기는 스킨스쿠버는 제주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별한 시간들을 보내며 섬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겼고 이것은 호주에서 과학탐사 코디네이터이자 오퍼레이터로서 일을 하게 된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대륙 이동설에 근거하면 커다란 대륙에서 호주가 떨어져 나와 섬나라가 되면서 아주 오래된 지구의 비밀들을 간직하게 되었거든요. 35억 년 전 생명 탄생의 시초가 된 시아노박테리아 화석을 발견할 수도, 지구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지층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호주 서쪽에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이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호주 아웃백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꽤 보람된 일이었고 말이에요.


  여러 이유들로 이제는 섬을 떠나 시골에서 챕터 2를 쓰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곳에서의 기억들은 저의 자존감을 지탱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답니다. 혹시 여러분에게도 이런 소중한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어른이 된 나를 지켜주는 아주 소중하고도 고마운 기억들 말이에요. 





@호주횡단의 기록

좋아요 ‘구독’ 그리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씁니다:) 


인스타그램

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http://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


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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