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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l 23. 2022

115화. 언젠가는

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돌이 다 되어가는 아기와 함께 산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새삼 깨닫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돌 전후로 가장 이혼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전하곤 했는데요, 저도 모르게 그 말에 공감을 하고 있더라고요. 물론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 덕분에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는 제가 다른 엄마들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다른 부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는 성격도, 성향도, 취미도 매우 다른 두 사람입니다. 같은 공감대라고는 술을 좋아하는 일? 정도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저희가 가까워진 것은 어쩌면 호주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만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무튼, 덤벙거리고 일 벌이기 좋아하는 저와는 달리 남편은 꼼꼼하고 객관적인 성격의 사람입니다. 체력 또한 두 사람이 너무나 달라서 체력이 방전될 때마다 잠을 자는 남편과는 달리 저는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타입의 사람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중 꼭 필요한 산책시간도 10할 중 9할이 저의 몫이 되었습니다. 강아지만 산책시킬 때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는데 요즘은 아기까지 셋이서 함께하는 산책길이 꽤... 고단하기도 합니다. 남편과 함께 산책을 나가고 싶지만 남편은 산책 시간이라도 고요하게 혼자 쉬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마 산책은 앞으로도 늘 저의 몫이 되겠지요? (쿨럭)








 밖을 유난히 좋아하는 강아지와 아기 덕분에 하루 한 번은 꼭 산책을 나갑니다. 물론 집에서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보다 유모차를 밀거나 등에 엎고 산책을 나가는 일이 차라리 덜 힘든 이유도 있지요. 육아는 무척이나 고되고 힘들지만 산책을 나가서 동네 어른들께 밝게 인사를 하는 아기를 볼 때마다, 풀냄새를 잔뜩 맡으며 행복해하는 심바를 볼 때마다 늘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화를 신게 되는 엄마입니다. 아마 몇 년 후에는 아이도 더 이상 함께 산책을 나가는 일보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게 될 테고 심바도 점점 나이가 들어 산책을 힘들어하게 되겠지만 그 언젠가를 생각하면 두 녀석을 위해 하루하루 함께 걷는 시간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남편도 곁에서 걸음을 맞추며 자주, 함께 걸어주지 않을까요? 이 행복한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만 공유하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잖아요.








@ 심바와의 산책을 좋아하는 샛별이 

좋아요 ‘구독’ 그리고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씁니다:) 


인스타그램

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http://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


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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