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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Oct 01. 2022

120화. 해외생활의 순기능

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아무리 해외생활을 오래 해본 저라고 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법이었습니다. 그건 물론 6개월 베트남 살이를 미리 경험해 본 짝꿍도 마찬가지였고 말입니다. 한 달의 시간 동안 임시 숙소에 살면서 앞으로 오래 지내게 될 숙소도 보러 다녀야 했고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들의 대체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하루 세끼의 아기 밥도 챙겨 먹여야 했으니 몸은 하나지만 그야말로 슈퍼우먼이 되어야 하는 지난 2주였습니다. 짝꿍 또한 도착하자마자 회사에 출근을 시작하면서 홀로 미친(?) 독박 육아가 시작되었습니다. 하.. 한 명의 아이도 이렇게나 보기가 힘든데 도대체 둘, 셋을 키우는 엄마들은 얼마나 슈퍼우먼이신 걸까요? 체력이 좋은 저지만 덥고 더운 나라에서 애와 개를 함께 챙기는 육아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네요 (울먹)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바쁜 짝꿍과 그런 그를 하루 종일 기다리며 물 먹은 솜이 되어버린 저의 일상이란.. 그래서 결국 저희는 개와 고양이처럼 크게 싸우고 말았답니다. 그간 섭섭한 것들을 서로 쏟아내다 보니 새벽 세시 반까지 싸웠지 뭡니까. (사실 쌓인 것들을 다 털어놓으려면 24시간쯤은 필요할 텐데요!) 다음 날 출근하는 그를 위해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잠들었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고 다음 날도 지친 육아로 와인 한 잔, 맥주 한 캔 생각이 간절했는데 이 머나먼 나라에서 함께 술을 마실 친구가 참 없더군요. 이런 날은 친구와 만나서 짝꿍 험담도 좀 하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라며 목젖이 보이도록 하하하하 웃고 나면 금세 괜찮아질 텐데 말이에요. 무튼 결론은 그래서 어쭙잖게 화해를 했습니다. 함께 술 한잔 나눠마시고 털어버렸어요. 이 타국에서 서로에게 가장 가깝고도 친한 친구는 서로 밖에 없다는 사실이 참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외 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더 금슬이 좋아 보이던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 혼술은 맛이 없지 고럼고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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