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Nov 16. 2022

125화. 적응하지 못한 것들

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베트남에서 산 지도 벌써 두 달째.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11월이 훌쩍 되어버렸습니다. 20대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생각보다 저 스스로는 해외 살이를 하는 것에 거부감 없이 적응했지만 아기와 강아지가 함께 있다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더 많았습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고 있던 엄청난 수의 개를 비롯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 쉽지 않은 도로 상태, 뜨거운 날씨, 아기의 삼시 세 끼를 모두 해먹여야 하는 일까지 모두 저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었지요. 저의 체력과 시간을 갈아 넣어 해결되는 일이 있는 반면 아이가 아픈 건 정말 스스로 손을 쓰기도 어려운 일이었는데요, 워낙 튼튼해서 접종하는 날 외에 열도 나지 않았던 샛별이가 처음으로 40도가 넘는 고열을 앓았습니다. 하루 종일 아이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찾아간 병원에서 독감 검사를 했고 양성 반응을 받았습니다. 밤새 열이 떨어지도록 따뜻한 물을 떠다 손수건으로 온몸을 닦아주면서 정말 부모라는 존재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애틋하게 보이는 건 이런 시간들을 분명히 경험했기 때문이겠지요.







 해외생활을 시작하면서 외로움을 타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매일 똑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지겨워하는 샛별이를 볼 때면 함께 육아를 하던 친구가 떠오르곤 합니다. 육아가 처음이라 늘 허둥대는 저를 대신해서 아기 기저귀도 갈아주고 적절한 상황에서 무심히 물티슈를 건네는 친구가 고향에는 있었거든요. 100일 차이로 아이를 낳았으니 아이가 커가는 것도 함께 지켜보면서 마음이 늘 든든했었는데 이곳에서는 육아에 대한 질문을 해도 대답해 줄 이가 없어서 가끔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한 번도 편히 자본 적이 없기에 너무나 피곤해서 울고 싶어질 때면 친정엄마 생각이 불쑥 나기도 하고요. 아기를 낳고 나면 친정에 자주 가게 된다는 그 말을 이제 이해하는 걸 보니 저도 엄마가 필요한 어른이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요즘 샛별이에게 옮은 감기를 앓으며 마음이 많이 약해진 모양이겠지요. 그래도 엄마는 강하기에 오늘도 씩씩하게 끼니를 때우고 다시 육아 전쟁터로 나가봅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24화. 오늘의 날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