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어설픈 육아 그림일기
한동안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10월 29일에 있었던 참사가 쉬이 잊히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는 죽음이지만 왜 누군가는 이르게 그 어려운 일을 맞닥뜨려야 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너무도 쉽게 말합니다. 만약 그들이 가족이었다면 그 죽음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요.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이들은 돈과 권력에 목이 말라있고 결국 올바른 지식과 책임이 부재했음이 드러난 참사였습니다. 자극적이고 누군가를 비난하는 기사들 대신 외신들이 보도하는 뉴스를 보면서 일주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이지 마음이 아프고 또 아린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풍 백화점 생존자가 남긴 인터뷰를 보고 마음이 꽤 아렸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운이 좋아서 불행이 비껴간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고요. 엄마가 된 이후로는 세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식들에 예민해지게 됩니다. 한 아이가 태어나 어른이 되기까지 부모라는 존재가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고 울고 웃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식을, 친구를, 연인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하는걸까요.
어리고 철없던 시절에는 늘 즐거운 일,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 왔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아무 일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라게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어진 날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는 것은 남아있는 우리의 몫인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