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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an 22. 2023

133화. 베트남의 명절 (뗏)

제시의 어설픈 육아일기

 한국에 민족 대명절 설날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1월을 제일 기다리는 것은 바로   때문이지요. 가장 길게   있는 명절이기도 하거니와 직장에서 13월의 월급을 받을  있어서 다들 설렘을 안고 1월을 맞이한답니다. 뗏이 오기 전부터 모두들 이 긴 명절을 준비하는데요, 베트남의 상징인 빨간색으로 된 등, 빨간 봉투, 붉은색 장식품들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도 1월이 되자마자 아파트 로비에 예쁜 그림을 그려서 뗏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곳곳에서 물건을 사면 빨간색 봉투를 끼워주기도 하는데 이 빨간 봉투에는 일하는 아주머님이나 기사님, 경비아저씨 등 일하시는 분들께 마음을 담아 드리는 문화가 있답니다.


 긴 연휴를 기회삼아 호치민 도심에 살던 사람들은 멀리 있는 고향을 방문하는데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끌고 가기도 하지만 먼 곳에 사는 친구들은 5시간, 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간답니다.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설레는 얼굴로 뗏 명절을 맞이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요:)






 해외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명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꽤나 행복한 것(?) 같기도 합니다. 교통 체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며(취업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가질 거니 혹은 둘 째도 얼른 나아야지 같은 것들 말입니다), 보기 싫은 친척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요. 호치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꽤 고요하고 잠잠한 연휴를 보내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한국 음식과 식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명절 음식도 얼추 구색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답니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명절이 되니 해외생활이 이렇게나 고마워질 수가 없네요. 물론 저희 시댁은 제가 온 뒤로 제사를 없애셔서 음식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명절이 주는 그 중압감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특히 저희 친정은 손님이 서른 명 정도가 오는 큰 집이라 음식 날이면 집안 여자들이 모두 부엌에서 명절 준비를 해야 한답니다. 할머니가 아직 집 안의 큰 어른으로 정정하게 계셔서 집안 친척들이 명절이 되면 인사를 오기 때문이지요. 생각 없이 조언이라며 잔소리를 하시는 친척분의 말씀에 후루룩 대답하고 하루를 꼬박 보내자면 맥주가 얼마나 마시고 싶어 지던지요..^^ 베트남에 오고 나니 아주 합리적인 이유가 생겨서 꽤나 편안한 연휴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참,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라 저희도 아파트 경비 아저씨께 빨간 봉투에 작은 마음을 넣어 전해드렸답니다. 샛별이를 늘 예뻐해 주시는 터라 언젠가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거든요. 한국도 오늘은 설날이네요, 아침 일찍 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주고받았습니다. 구독자 분들도 올 한 해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멀리서 바라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있는 뗏 기념 포토월과 꽃나무
아파트 로비에 직접 명절을 기념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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