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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an 29. 2023

134화. 베트남에 와서 놀랐던 것들

제시의 천방지축 베트남 라이프

 남편 덕분에 베트남 살이를 하며 삶의 바운더리가 꽤나 넓어진 요즘입니다. 18개월의 아기 그리고 3살 배기 강아지와 함께라 생각보다 많은 제약들이 있지만 종종 호치민 곳곳을 여행하며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습니다. 약 두 달 동안 일하는 아주머니와 집 주변 로컬 시장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 풍경들을 경험하기도 했고 아파트에서 만나는 직원들을 비롯해 남편에게 전해 듣는 직원들의 이야기로 이곳 사람들의 삶을 조심스레 알아가는 중입니다. 남편은 현지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터라 그들의 문화나 생각을 접하는 일이 많아서 신기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종종 듣곤 한답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 속에는 놀라운 일들도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가끔 제가 경험해 온 것들만으로 세상을 판단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겸허한 생각을 해보며 더 깊고 넓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한국에서 많은 직장인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면 양치를 합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대체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하루 세 번, 식사를 마치면 양치를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직원들과 함께 미팅을 하다 보면 양치의 필요성을 무척이나 느끼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회사에서는 함께 일하는 몇몇의 한국인 직원들만 점심 식사를 끝내고 양치를 한다고 합니다. 칫솔에 치약을 묻혀 나가는 남편을 보며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집에서 해야 하는 양치를 왜 회사에서 하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곤 한다더군요. 몇몇은 왜 여기서 양치를 하냐고 묻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화 차이란 이런 작은 곳에도 숨어있었네요!






 베트남에 와서 가장 처음 물어본 것은 바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리수거를 비롯해 음식물 쓰레기도 모두 따로 버려야 하니 쓰레기봉투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한 카드를 구매해야 했던지라 슈퍼에 갔을 때 쓰레기봉투를 구매할 생각이었는데요, 숙소 직원은 그냥 봉지 하나에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나서도 아파트에서는 재활용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고 쓰레기를 버립니다. 물론 아파트의 환경미화 담당 아주머님들이 하루 두 번 쓰레기를 수거해 가시지만 지구를 생각했을 때는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미국에서 지낼 때도 그 거대한 나라에서 재활용을 하지 않는 걸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베트남에서도 역시 재활용은 아직인가 봅니다. 우리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나라들에서 더 시급한 재활용이 아닐는지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손톱을 기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손톱을 기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곳에선 남녀 할 것 없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손톱을 기르는데요, 가끔은 엄청나게 긴 새끼손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처음엔 코를 파기 위해 손톱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새끼손가락의 손톱을 기르면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새끼손톱을 기른다고 합니다. 그랩 택시나 오토바이를 타면 늘 손톱을 기른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편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다고도 하죠. 남편은 로컬 한가운데서 일을 하는 터라 직원들과 가는 식당들도 모두 로컬에 위치한 곳들입니다. 친한 직원 분들과 야근을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었는데  번을 불러도 심지어 어깨를 두드려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모르는 척을 하며 메뉴 주문을 받아주지 않았다며 황당했던 에피소드를 전해준 적도 있습니다. 누구나 알아들을 만큼 크게 불러도 오지 않는 종업원이야기를 들으며 웃펐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못 알아듣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 아예 못 들은 척을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인지는 아직 알 수는 없지만요^^;


 저 역시도 아파트에 입주 후 인덕션이 고장 나서 몇 번을 찾아가서 말했지만 한 달 만에 인덕션을 고쳐준 경험이 있습니다. 아기방의 깨진 유리창은 무려 세 달반이 지나서야 고쳐주었지요. 그 사이에 화가 난 저는 몇 번이나 부동산 중개인과 아파트 리셉션을 찾아갔고 관리팀 직원들은 점검을 위해 저희 집을 열 번이나 왔다 갔는데 어째서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불통인 것인지. 결국 이 사건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직원은 없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 된 것도 책임져주는 사람이 없었지요. 일하는 아줌마 말로는 주문을 받아줄 때까지, 고쳐줄 때까지 집요하게 말해야지만 된다고 합니다. 웰컴 투 베트남이라면서요. 이곳의 문화라나요. 외국인이니 더 안 들어주는 것이라며 될 때까지 말하라던 아주머님.. 여기서 오래 살았던 다른 한국분들도 이런 경험을 들으시더니 이제 시작이시네요^^라며 위로(?)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카페를 가면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찍는 젊은 친구(?)들을 만날  있습니다. 카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지만 심지어 아파트 단지의 계단이나 로비 어딘가에서도 다른 이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에 심취해 있는 친구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 초상권은 어디 있는 걸까요?) 모델 뺨치는 동작과 노출이 있는 옷차림 그리고 고고한 표정까지. 카페에서도  시간이 넘도록 케이크와 커피는 마시지도 않고 사진을 찍는 친구들을 곁눈질로 보면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함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 물론 가끔씩 찾아오는 부끄러움은  몫이 되기도 합니다. 쿨.. 쿨럭





 제일 놀랐던 것은 파자마를 입고 외출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몇 번의 우연한 경험인 줄로만 알았는데 호찌민 입성 4개월 차인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은 파자마족을 만난 걸 보면 파자마는 이곳의 패션이 된 것이 확실합니다. 심지어 파자마를 입고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맥주를 마시러 나온 사람을 보면서, 카페에서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서 지구 어딘가에서 파자마는 기능성 옷보다 패션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명품을 카피한 잠옷이었는데요, 모두가 다 구찌라고 적힌 잠옷을 입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저도 하나 장만해볼까 봐요. 정말이지 시원해 보이긴 합니다.)



 요즘은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35년의 삶을 살면서 제가 경험해  것들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요. 베트남에 와서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의 틀을 조금씩 깨부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험해 나갈 것들에 대해서도 화내지 않고 지내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놀라운 일들을 하나  겪으면서 저도 이제야 베트남 사람들의 삶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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