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간절함'

당신에겐 간절한 무언가가 있나요?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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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를 걸어서 횡단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버킷리스트에 올라있던 내 오랜 꿈 중 하나였다. 4년 동안 꿈꿔오던 그 길을 걸으며 나는 종종 그 모든 순간이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오래 걸음을 걸어 발톱이 뽑히려는 고통 속에서도 내가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 길을 걷겠다는 나의 꿈이 너무나 간절했었기 때문이었다. 이따금씩 사람들에게 그 길에 대한 나의 꿈 이야기를 시작할 때면 눈빛이 달라져있음을 내 스스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그 길에 대한 나의 동경이 점차 꿈이 되고 계획이 될 수 있었던 건 도서관의 영향이 컸다. 책장 한 켠에 앉아 산티아고에 대한 글을 읽어내려가며 생겨난 호기심은 점차 꿈이 되었고 책 속의 이미지들은 머릿 속에 선명하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힘들고 외로운 시간들을 잘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눈을 감으면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순례길 청보리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였고 이따금씩 코를 스치던 밀밭 냄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친구들을 만나 그간의 소식들을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너무나 부러웠어.

특히 네가 말하는 그 '간절함'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도 너무나 궁금해. 나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아니거든. 그런데 너처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나도 남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그 때의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라는 사람을 잣대로 세상을 봐오던 나에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조금씩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친구들과 조금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나를 두고 아버지는 등을 돌리셨고 엄마는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셨다. 이런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들 무렵 친구의 이야기는 적어도 내 스스로에 대한 자책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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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에도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꼬박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4년이라는 시간동안 내 통장 잔고는 한 번도 풍족해 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은 밖에서 딸 자식에 대한 이야기는 한 토막도 꺼내지 못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던 나에게 '서른'이라는 숫자는 현실과 이상의 저울 앞에 서도록 만들었으며 나는 그렇게 호주의 모든 생활을 덮어두고 서울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맨 몸으로, 맨 손으로 시작한 '처음'은 실패도 많았지만 결국은 그 모든 것들이 스토리가 되어가고 있다.

사기를 당하고 회사에 보증금을 빌려 겨우 집을 구하고서 간절한 마음으로 쓴 글이 직방에 당첨되며 1년치 월세를 지원받은 일도, 추천으로 들어갔던 회사가 경영난에 허덕이다 월급을 주지 않아 사직서를 쓰고 나와 몸져 누워 있다 쓴 글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은 일도 말이다.


어쩌면, 내가 믿고 있는 단 한가지는 '간절함'에 대해 잊지 않는 한 나에게는 앞으로도 더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함께 할 것이라는 것. 하고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의 적당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의 간절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희망의 근거가 되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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