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일보다 어려운 것

정리는 결국, 남겨둘 것을 정하는 일

by Jessie




저는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이든 오래 붙들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미련이 많은 사람에게 정리정돈은 늘 어려운 일입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시간의 한 장면이든 쉽게 치워두지 못합니다. 물론 버리지 못하는 이유들도 흙 속의 뿌리처럼 주렁주렁 달려있고 말입니다.


아이를 낳고 일을 쉬며 ‘주부’라는 이름으로 여섯 해를 살았습니다. 시간이 쌓이면 살림도 늘어야 할 텐데 저의 손은 여전히 서툽니다. 밖이 궁금한 저에게 집안일은 늘 빨리 끝내야 할 숙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산티아고를 걸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가지는 삶보다 적게 남기는 삶이 더 오래간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을 늘려가기보다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을 남기는 편이 저에게는 더 어울린다는 것을 그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넘치게 소유하는 대신 몇 가지를 오래 돌보는 쪽을 선택합니다.



관계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연을 넓히는 일보다 가까운 사람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무는 일. 자주 들었던 조언이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멀리 떠나와보니 어떤 관계는 더 선명해지고 어떤 관계는 자연스레 흐려집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잊히는 것은 아니고, 가까이 있다고 해서 모두 오래 남는 것도 아닙니다.


한 철 만나 짧게 스쳐간 인연이라도 서로의 계절에 머문 시간이 깊었다면 다시 또렷해지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붙들어야 할 것과 흘려보내도 괜찮은 것을 조금씩 구분해 보려 합니다.


정리란 없애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오래 곁에 두고 싶은지를 묻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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