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2
0. 인생에서 불편한 진실이 몇 개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게 그 중 하나다.
작년 여름, 술먹고 회사 워크숍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안되는 거냐고 푸념아닌 푸념을 했다. 그 자리에 있으시던 인생의 현자가 답을 줬다. "다른 사람들이 더 열심히, 똑똑하게 하기 때문이지."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났는데, 화가 난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해왔던것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든 까닭이었다. 우리의 감정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은 뼈아프다.
1. 보통 수험생이거나, 취준생이거나, 인생에서 과제를 앞둔 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열심히 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결과는 차이가 있는 걸까? 단순히 머리가 좋고 나쁜 까닭이라기보다는, 그것은 "열심히"라는 모호한 단어에 내리는 정의가 각자 다른 까닭이다.
2. 잘하고 싶다면 자기 한계 기준 자체를 높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깔짝깔짝 3시간 앉아있어놓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5시간 6시간씩 좋아하는 일에 몰입을 해놓고 아직 멀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본 잘하는 사람들, 소위 "괴물들 Freak"은 "클라스"가 다르다. 여기에 답이 있다. 그 사람들은 열심히의 기준도 다르고, 집중했다고 만족하는 기준도 다르다. 즉, 똑같이 스스로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각자의 기준에 따라 실제로 그 두사람이 이룬 것은 천지차이 일 수 있다는 것.
3. "클라스"가 다른 사람에게도 힘든 일이라는게 있지만 대부분 그들은 어떠한 과제에 힘들다고 느끼는 역치가 낮고, 나의 능력은 여기까지다고 한정짓는 기준선이 높다. 그런 상황을 계속해서 주입해가며 실제로 자신의 능력치를 높여 간다.
4. 주위를 둘러보면 놀 것 다 노는 것 같은데 잘하는 사람도 있고, 헐렁해보이는데 결과를 차곡차곡 이루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에는 주어진 과업에 임하는 마인드 셋 자체가 다른 거다. 똑같은 시간 앉아있지만 무섭게 집중한다거나, 밤늦게 2-3시간 더 공부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더 지치지 않는다. 그냥 이정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거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높은 기준을 자신에게 주입하며 체화시키고, 일을 완수하는 근육을 꾸준히 단련시켜 온 까닭이다. 그 과정은 굳이 애쓰거나, 힘들게 느껴질 필요가 없고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5. 잘하는 사람의 비밀은 있다. 다만 잘하는 사람들은 그 "비밀"이 자신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체득된 "습관"이기 때문에 비밀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냥 단순히 열심히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보다 현저히 낮은 기준을 가진 24살의 이지수는 단순히 자신의 기준만을 맞춰 놓고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다고 징징거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면 많이 부끄럽다.
6. 우리는 언제나 자기위안을 하고 있지 않는지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전하지 않으면서 불안하다고 징징거리는 것은 편하다. 불편하지만 한발한발 나아가면 그 불안은 하나하나 걷힌다. 다만 그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 거다.
같은 맥락에서, 나 자신의 한계 안에 고정되어 있으면서 "나는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자기위안하고 자기합리화 하는 것도 위험하다. "열심히"라는 달콤한 변명에서 벗어나자.
7. 요새 미디어에서 유행하는 멘토 프로그램 중에 이해해주는/들어주는 컨셉이 많다. 직업이 힐러도 아니고 그게 진정한 멘토의 자세인가 생각되는게 그래 힘들었지라고 이해해줘봤자 그런 상황에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 멘티는 같은 상황에 처하면 또 힘들다.
실패나 시련이 정말 자신을 강하게 하는 단계로 삼으려면 우선은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그 이후에 냉정하게 바라볼 것. 어떤 프로세스가 문제였는지, 어떤 외부 변인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다음엔 어떻게 해야할지를 점검한다.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수정하고, 목표를 상향화하면서, "열심히"라는 같은 단어 안에서 이뤄가는 것들이 많아진다.
바로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진짜로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