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턴일기2

대학 초년생을 위한 How to 조모임

사람이 3명 이상 모이면 비극이 시작된다

by Jessy

#인턴일기2 6. 대학 초년생을 위한 How to 조모임

- 사람이 3명 이상 모이면 비극이 시작된다


이 글은 지난 5년간의 대학생활을 정리하는 고학번의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뭐 엄청난 팀플의 바이블을 적겠다 이런것보다


여러분이 만약 팀플이라는 개념이 너무 생소해서

이 상황이 무슨상황이지? 어버버할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됬으면 좋겠습니다.

또는 인생이 팍팍한 고학번들에게 피식 웃음을 줄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


희망을 주자면 모든 팀플이 아래와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팀 설정 및 역할분배>


1. 조원들을 처음 만났는데 고학번이 있다면

-> 조장을 시킵니다. 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다 거기서 거기인 대학생이지만 그래도 조금 (아주조금) 낫습니다.


2. 고학번을 조장을 시켰는데 조용히 가만히 있는다면

-> 똑똑해보이고 한 학번 낮은사람을 조장으로 바꿉니다.


3. 조원들이 딱봐도 다 새내기/2학년의 모습으로 순수함만을 갖추고 있다면

-> 적당히 예뻐해주면서 Task 기반으로 역할을 분배합니다.

객관적으로 얘가 못해왔을때 객관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잘해왔든 못해왔든 일단은 예뻐해줍니다.

아직 아가들이라 울 수 있음


4. 조원이 다 친구라면

-> 친구라 해도 일 안했을때 욕해줄수 있는 배짱을 갖춘 인물을 조장을 시킵니다

이런 영웅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5. 만약 한 명이 “저는 새내기라 피피티랑 발표랑 자료조사는 못해요 ㅠ” 같은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으면

-> 세상물정을 알려주도록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페이스북 전체공개 심의규정을 준수하여 상상에 맡깁니다.


덧) 못하니까 해야된다.... 솔직히 웃어줄때 잘하자


6. 조원 중에 외국인이 있다면

-> 중간에 언어의 장벽/고국에 돌아갈 일이 있다는 핑계로 연락 안되기 전에

이친구의 위챗/왓츠앱/페이스북 메시지/인스타dm/이메일/국제전화번호 등등 연락처를 최대한 확보해놓고

연락이 어떤 채널로 되는지 사전에 확인합니다.

조모임할때 한국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잘 챙겨줍니다.


7. 조원 중 외국인이 한국어가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한다면

-> 한국어 잘해도 이건 똑같이 어렵다고 말해줍니다 (팩트)


8. 조원이 포토샵 일러스트 피피티에 익숙한 디자인과/생활과학대학 소속이라면

-> 피피티를 맡깁니다. 마찬가지로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하도 많이해서 정 싫다고 하면 바꿔줍니다


9. 교수님과 친하거나 교수님이 좋아하는 학생이 우리 조에 있다면

-> 조모임 중간중간 이메일을 보내거나 수업 후 질문할때

지상에 있는 우리 조의 상황과 하늘에 있는 교수님의 피드백을

상호 전달해주는 헤르메스로 삼습니다.


10. 조원들이 피피티/발표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 대충 눈치 봐서 나 말고도 잘 할거 같은 사람이 있으면

시간이 안맞거나 부족해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하고

이 순간의 해결자는 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면 제가 하겠다고 합니다.


<팀플 진행 및 커뮤니케이션>

11. 조원 중 잠수타고 참여를 하나도 안하는 사람이 있다면 (중요★)

-> 교수님마다 다르긴 하지만 본인의 역할을 전혀 안하는 조원을 빼고싶다고

객관적인 증거와 함께 말씀드리면 대부분 그러라고 하십니다


다만 화내거나 감정섞지 말고 말씀드리되

카톡방 캡처와 이제까지의 정황을 증명하는 조원들의 진술과 함께

정중하게 말씀드립니다.


교수님들도 학생일 때가 있었고 성적 매기시는 분으로서

안하는 사람에게까지 점수를 줄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아십니다.


12. 잠수타는 조원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면

-> 이글의 11번을 복사 붙여넣기 해서 개인톡으로 보내줍니다.


13. 조원들이 다 정신 못차리고 있다면

-> 장난인척 하면서 이 글을 링크복사/공유/캡처 해서 단톡방에 올려줍니다.


14. 만약 내가 이 글을 링크복사/공유/캡처로 전달받아 읽고있다면

-> 이건 나 자신의 이야기니까 앞으로 사람구실을 하도록 합니다


15. 팀플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그냥 철회하고 싶을 때는

-> 학사포탈>졸업사정요건 조회

나에게는 아직 채워야 할 학점이 많다는 걸 깨닫고 현실감각을 되찾습니다


16. 카톡 회의를 하자고 한다

-> 시간낭비. 모두가 할수 있는 이야기를 하다가 끝납니다.


17. 오프라인 조모임을 하자고 한다

-> 사실 여기서도 되는거 별로 없긴 한데 열심히 듣고 말하는 척이라도 합시다.

그래야 이야기하면서 뭐라도 나옵니다.

-> 빈손으로 가지말고 노트와 필기도구와 노트북을 들고갑니다.

딱히 쓰지 않더라도 챙겨오자 좋게말할때

가져오면 쓸 일 다 생긴다


18. 조모임 시작 1분 전에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라는 카톡이 온다

-> 지금 일어났습니다


19. “5분 내로 도착해요ㅠ 죄송합니다”라는 카톡이 온다

-> 15분 내로 도착합니다


20. 조모임에 지각을 했다면

-> 진짜 죄송합니다 ㅜㅜ! 라고 진심어린 사과 또 사과합니다.

-> 조원 중에 취준생 등 시간이 귀한 사람 or 기분이 안좋은 사람이 있다면

커피까진 아니고 비타 500정도 사가서 분노를 가라앉혀주도록 합니다


21. 갑자기 조원이 자기 가족모임이라고 본인 몫을 못하겠다고 한다면

-> 나도 가족이 있다고 말해 줍니다.

전 살면서 들어본 변명 중에 이게 제일 말같지도 않은 소리였는데 나도 가족이 있고너도 가족이 있고 다른 조원모두가 가족이 있습니다.


아니 그리고 가족모임은 중요하기 때문에 본래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할머니 생신이 아니다가 오늘 갑자기 할머니 생신이 되는 그런 일은 보통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족모임 날짜가 있으면 미리 지가 시간관리를 잘해야죠. 가족모임이라서 못하는게 아니고 본인 시간 관리 잘못입니다.


22. 다같이 견학을 갈 일이 있다면

-> 약속 시간 30분 지나야 다 모이니까 30분 일찍 약속 시간을 잡습니다


23. 교수님께 중간 피드백 겸 해서 이메일을 써야 한다면

-> 안녕하세요 교수님!

OO수업의 OO주제로 발표하는 O조의 OOO 입니다.

(꼭 써야함 교수님이 초능력자도 아니고 말 안해주면 모릅니다

그리고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로서 인사/자기소개로 시작합니다)


저희 팀은 현재 OO단계까지 진행되었는데

OO건에 대해서 OO한 의심이 들어서/질문이 있어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중간점검을 위해

~~~한 부분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답장으로 바라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


(혹시 첨부파일 있으면) 현재까지 저희가 완료한 파일은

하단에 첨부파일로 보내드립니다!


감사를 담아,

OOO드림


<자료조사 및 각자 파트 수행>

24. 자료 조사를 해야한다면

-> 우선 뭘 조사해야하는지 부터 명확히 합니다. 최소한 방향이라도.

왜냐면 조사 분야/주제에 따라 레퍼런스가 달라집니다.

(“레퍼런스” 개념의 정의를 모르고

네이버 블로그랑 위키피디아 가져오면 때린다 진짜)


-> 이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어떤 소스를 참고했는지 물어보면 도움이 될수도 있습니다.

물론 안될수도 있습니다. 선배도 그땐 이거 몰랐고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음.



25. 자료 조사를 해야하는데 어렵다면

-> 빨리 일단 시작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지말고


-> 수업을 충실히 들었다면

애초에 조모임 주제가 수업 관련 내용이니까 검색이라도 하다 보면 가닥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 모르겠으면 교수님께 어떤 포인트/분야/문헌으로 파고들어야 할지 여쭤보면 됩니다

수업 끝나고 간단하게 질문하는거 그렇게 안어렵습니다.


26. 자료조사를 해야하고 주제가 교양수업의 가벼운 키워드 정도라면

-> 네이버 뉴스나 구글 뉴스를 켜서 키워드 관련된 최근 동향을 파악 또는

저명한 유명인사/관련 분야 전문가의 칼럼같은걸 읽어서

“믿을만한 사실에 기반하여” 넓고 얕게 자료를 수집합니다.



27. 자료조사를 해야하고 주제가 경영/언론홍보영상 등 실용전문분야라면

-> 블룸버그, 비즈니스인사이더, 패스트캠퍼스 같은

참고하기 유용한 매체의 최근 3개년 글을 잘 읽어봅니다.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개인블로그 글은 비추)

-> 개론서가 있다면 개론서 챕터 하단에 있는 참조 아티클이나 논문도 좋습니다.


28. 자료조사를 해야하고 주제가 역사/철학/어문 분야라면

-> 수업의 교수님이 썼던 논문을 읽고 교수님 취향을 파악한다음

해당 취향의/같이 논문을 집필한 교수님 취향의 도서와 논문을 찾아봅니다.

한권 다 읽을 필요 없고 앞부분 인덱스 읽어보고 이거다 싶은 걸 읽습니다


29. 자료조사를 정리해서 조원들에게 전달할때는

-> 복붙해서 그냥 전달해주면 조원들은 마음속/마음밖으로 온갖 쌍욕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걸 받는 사람이 짧은시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 키워드 “정리” 하고 “핵심을 몇 문장으로 요약”한 버전을 먼저 올리고

자기가 본 자료들 원본+리스트들을 올려줍니다.


30. 자료 조사를 전달받은 조원이 이 부분이 이해가 안된다고 물어본다면

-> “나도 모르겠어 ㅠㅠ” = X

“관련된 레퍼런스 자료 OO이 그 내용에 대해 더 다루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한번 같이 읽어볼까?” = O


31. 자기 파트(논문 작성/영어작문/의견개진/자료조사 등)를 각자 하다가 막혔을 때

-> 다음 중 정답은 무엇일까요?

1)적당히 모르겠으니까 뭉개다가 배째라는 자세로 다음 모임에 그냥 그대로 가지고 간다

2)너무 어려워요 ㅠㅠㅠㅠㅠㅠ 라는 말만 단톡방에서 한 50번쯤 한다

물론 해결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으며 징징대기만 하다가 조원들의 빡침을 돋군다

3)이 수업을 들었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교수님꼐 어려운 부분을 질문하고

조원들에게 막힐 때 어떻게 하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보며 나름의 답을 찾아간다



4) 이제 정답 알았으면 잘하자

다른사람이라고 얼마나 잘나서 하는게 아니라 하다보니 답찾는거다


<기타 TIP>

32. 오늘까지 뭐 올려주기로 한 얘가 안올려주고 있다

-> “OO아, 오늘까지 올려주기로 한 그거 혹시 언제 될까 ㅎㅎ?” 라고 상냥하게 물어보고

(데드라인이 오늘까지였음을 꼭 상기)

정말 미안하다고 몇 시간 내로 꼭 올려주겠다고 하면

“응응 괜찮아! 그때 올려줘!” 라고 하고


->“하고 있는데 모르겠어 ㅠ”라며 되지도 않는 소리를 그때 가서 하고 있으면

다시 한번 세상 물정을 알려주도록 합니다. (5번 참고)


33. 논문 작성 or 피피티 작성 중에 한 명이 자꾸 고집을 부린다

-> 우리가 사전에 협의한 방향이지 않느냐고

알아듣게 충분히 설득하고 그래도 자기는 이건 아닌거 같다 하면

뭐가 맞는지 교수님한테 그럼 이메일로 여쭤보자고 합니다


(정말 우리가 보완해야할 피드백일 경우도 있고

다수의 의견이라고 꼭 맞는건 아닙니다.

이 참에 OH시간에 교수님 찾아뵙고 중간점검 하면 됩니다

얼마 안 걸립니다.)


34. 조모임 중에 간식이 먹고 싶다

-> 다같이 나눠주고 내가 조금 더 먹습니다


35. 조모임 중에 조원들이 당이 떨어진 것 같다

-> 잠깐 쉬면서 매점 갔다오자고 합니다


36. 조모임 중에 내 파트는 끝났는데 다른 사람들은 계속 앉아있다면

-> 조모임 다음에 집안의 가정사나 천재지변이 없으면

같이 앉아서 도와줄거 도와줍니다


37. 괜찮으니 가도 된다고 한다면

-> 빈말이다 앉아서 도와줘라


38. 이번 조모임은 솔직히 내가 봐도 내가 부족해서 많이 기여 못했다면

-> 제가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또는 제가 인쇄해가겠다고 합니다)


39. 조모임이 끝났으면

->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애증의 단톡방이지만

수고했다고 카톡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어 줍니다


*마무리 : 재미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팀플이라는게 쉽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회사생활을 하든 창업을 하든 정도의 차이지 인생은 어차피 협업의 연속이고,

미리 대학에서 팀플을 통해 우리 다같이 기본을 닦았으면 좋겠습니다.


팀플이라는 것은 조정처럼 조원들과 한 배를 타고 다같이 노를 젓는 것이고

내가 손 놓고 있으면 그 부담은 다른 조원에게 고스란히 갑니다.


팀플을 통해 책임감과 유연함, 그리고 인격수양을 얻으시는

이 시대의 중도 6층 세미나실 조모임 밤샘러(저 포함)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원본출처 : https://brunch.co.kr/@jessiejisulee/14

원본출처만 해주시면 이 글은 자유롭게 퍼가셔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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