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2 6탄은 재미있는 글이었으니까 7탄은 진지한 글
#인턴일기2 7. 브런치와 퍼블리, Medium이 인기있는 이유
6탄은 재미있는 글이었으니까 7탄은 진지한 글
0. 저번에 대학초년생을 위한 How to 조모임(https://brunch.co.kr/@jessiejisulee/14)이 터지고 브런치 작가가 어떻게 되었냐는 질문을 여럿한테 받았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이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카드뉴스도 사양이고 유튜브랑 페북이 밀고 있는 영상은 1초 내로 사람들을 사로잡으라고 피튀기는 전쟁판이 벌어지는 마당에 몇백, 몇천 자의 글자로 이루어진 텍스트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쏠리다니.
1. 어제 재하랑 이야기했는데 튜토리얼 따라 자판을 치는 단순 코딩을 할 줄 아는 것과 코딩을 잘하는 건 다른 거라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형태만 따라해서 대강 꼴을 갖춰놓는 것과 격조를 높인 울림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2. 매체의 수와 종류는 늘었는데 진짜배기는 줄어든 것 같은 피로감을 느낀지 오래되었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느라 영상이랑 이미지의 흐름을 계속해서 짚어가야 하는 까닭에 밤새서 몰아보고 출근길 퇴근길에 볼때마다 느끼는 건 자극의 범람이다.
자극은 많은데 메시지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부류들이 많다.
물론 단발성 바이럴 콘텐츠나 콘텐츠 자체의 목적성이 단기적 성향을 띌 경우 당연한 결과겠지만,해당 분야에서 계속해서 변하는 트렌드 하나하나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왜 이런 트렌드와 콘텐츠가 생겼는지 파악하는 인사이트에 목마른 사람들은 이러한 단기성 무 메시지 콘텐츠에 염증이 난다.
3. 지적 목마름, 탁월한 인사이트가 쓰인 콘텐츠를 시간을 들여 집중하고 이해하는 것에 대한 갈망을 가진 마케터/IT산업/광고 종사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대표적으로 #퍼블리 와 #매거진B 이다.
위의 두 매체는 타겟의 정확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자사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모델이다. 대중성과 노출 단위당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브와는 수익모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의 엣지, 브랜드가 더욱 살아난다.
4. 비슷한 맥락에서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해외 글쓰기 플랫폼 Medium은 각자 본인 블로그와 계정에서 전문적이지만 산발적으로 글을 쓰던 사람들을 모아 놓았다. 읽고 나서 관련 분야의 다른 글을 읽을수도 있고, 나에게 맞춘 매거진과 글을 추천하는 구조로 작가 전체적인 차원에서 구독율이 크게 올라간다.
영상이나 이미지는 한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감각 등으로 메시지의 부실을 때울 수 있지만 글은 그럴 수 없다. 다른 어떤 부수요소 없이 글의 구성, 단어의 선택, 필력을 통한 몰입도로 진검승부한다.
이러한 "글"이라는 콘텐츠 자체의 형식은 정말 잘 쓰는 사람에게만 구독자가 올라가게 만든다. 구독율과 작가의 실력 간의 상관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콘텐츠의 형식 자체는 다소 따분하더라도 작가의 전문적인 아티클을 읽고 독자들은 댓글을 남기거나 공유한다.
본인의 분야, 본인 외 분야의 인사이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이진 않더라도 꾸준히 찾을 수 있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5. 정수리에 냉수를 쏳아내는 듯한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짚어내는 부분을 예리하게 짚는 탁월함. 이러한 콘텐츠의 "격"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진짜 실력에 목마른 사람들이 브런치와 미디움, 퍼블리로 몰렸다.
물론 영상이나 이미지 콘텐츠에서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이지만 매체 특성이나 서비스 구조 상 글에서 연마하기가 훨씬 쉬운 능력이다.
사람이 실력이 늘려면 당근이 있어야 한다. 브런치는 영화 서평 작가지원, 해외 관련 주제 글쓰기 작가지원프로젝트를 꾸준히 운영하여 작가를 지원한다. 매일, 매주, 매달 조회 수를 측정해주면서 작가들에게 글쓰기의 "결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데 또 이게 재밌다.
6. 물론 작가 선정 과정에서의 애매함과 수익화의 어려움, 아직 베타 서비스다 보니까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콘텐츠의 지배인 플랫폼이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넘어가면서, 돈 되는 영상이 지배적인 콘텐츠 양식이 되었다. 그 반대급부로 "찬찬히 생각하고 정수를 끌어올리는 힘"에 대한 갈증도 커졌다.
모든 크리에이터들의 꿈은 자신이 던진 아이디어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나 양상은 빠르게 생겼다가 빠르게 없어질 수도 있고, 느린 울림이지만 찬찬히 영향을 미칠수도 있고, 촌철살인의 메시지로 매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근원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글은 인류역사를 통틀어 변화를 추동해 온 원동력이었다. 그 원인은 글이 가지는 매체 접근성이나 매력도라기보다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힘 때문이다. 정신없이 몰아 닥치는 세상 속 내가 계속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7. #카카오브런치 보고 있나요 열일하고 있습니다 취업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