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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턴일기2

"저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요?"

#인턴일기2 #8

by Jessy

0. 2016년부터 직장을 하나씩 다녔다. 동계 TF 인턴, 휴학하고 중소기업에서, 지금은 학기랑 병행하면서(이건 진심으로 비추합니다. 인턴하고 싶으신 분 그냥 휴학하세요). 학교와 직장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의 가능성"이 학교에서는 지향상인데 직장에서는 뜬 소리라는 것이다.


재작년, 하루5분연구소 5기 면접을 보는데 하나같이 나온 언급은 "저는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요."

그리고 레퍼토리도 다 똑같다.

"저는 유튜브에 관심이 많은데요" - "즐겨 보시는 유튜버는 누구죠?" - "아 그냥...씬님이랑..."

"저는 IT에 관심이 많아서요" - "최근 이슈되는 트렌드는 뭐죠?" - "아.. 플랫폼...플랫폼기술이...&@3823"

"저는 관심이 많아서 주말마다 공부를 합니다!" - "저번 주말에는 무슨 공부를 하셨죠?"-(침묵)


뜨악했다. 관심이 있다면서 왜 한번 더 물어보면 질문이 막히는지.

그리고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내가 취업 면접 때 만난 면접관들도 이렇게 느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회사든 프로젝트 팀이든 나와서 성과를 내는 곳인데, 가능성이나 열정 하나만으로 사람을 뽑는 건 도박일 수 밖에 없다.


1. 관심은 누구나 있다. 관심이라는 말로 얼버무리지 말자.

.. 라고 나 자신에게 채찍질도 많이 하지만, 사실 대학생이 좀 바빠야지.

학교다니는 것도 바쁜데 점점 취업준비생들이 초인이 되길 원하는 사회의 잣대를 맞추는건 어렵다.

자격증 학기중에 준비하고, 방학때 영어학원 다니고, 학점은 맨날 18-22씩 듣고, 알바하면서 용돈 벌고. 관심있는 분야에 매진하기가 힘든 건 맞다. 개인적으로 난 회사에서 업무 강도나 책임감은 훨씬 크지만 여가시간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고 느낄 정도였으니...참...


2. 신입이 어벤져스맨처럼 모든걸 다할수 있는 능력자이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사실 신입한테 그런 기회도 잘 안 온다. 조직에서 신입은 신입답고, 과장은 과장답고, 팀장은 팀장 다워야 좋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1.2초 콘텐츠의 유혹>은 잃어버렸던 미술작품을 찾게 된 인턴사원들과의 협업을 서술하며 "순수한 그들의 감성이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의 콘텐츠를 발굴했다"라고 했다. 아직 업계에서 고정관념이 박히지 않아 새롭게 볼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오해하지 말자. 순진한 감각으로 접근하면서 배워 가는거지 그냥 순진하기만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스브스뉴스의 인턴분들은 관심을 바탕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갔고, 그것이 콘텐츠의 원동력이자 그들의 발전 기회가 되었다.


3. "관심있다"라는 말로 얼버무리는 또 다른 방식은 멘토에게 중독되는 것이다.

본인 인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멘토는 우리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거나 우리의 삶을 구원해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멘토와 멘티는 비슷한 레벨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이며, 애초에 모든 상호 관계는 자신의 책임을 서로 다하는 건강한 두 개인일 때 제대로 기능한다.


우리는 멘토에게 상황에 맞는 조언, 먼저 겪은 자로서의 정보 공유, 정신적인 버팀목 등등을 기대한다. 먼저 겪은 사람이 옆에 있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 사람의 언급이 항상 정답이 되어 줄 수는 없으며 그 사람도 자기 인생 문제 해결하느라 바쁘다.


나에게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어떠한 행동이나 언급으로 인해 내 자신이 체화하고 새로운 것을 생산해 낼 때 가능하다. 당연하게 저 사람을 만나면 내 인생도 풀리겠지, 라고 인생의 책임을 위임하지 말자.


3-1. 개인적으로 전시/강연/출판/대외활동 비즈니스가 지적 허영심으로 80프로 정도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객체를 통해서 내가 생각하고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 거지 어떠한 객체를 경험했다 자체가 나 자신의 발전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것 역시 경계해야 할 자세.


4. 계속해서 "잘하는 사람"의 포지션에 갇혀 있는 것도 사실 위험하다.

저는 사람을 많이 만나봤는데 그때마다 저는 항상 리더였습니다~ 라는 류의 말을 들으면

본인이 만날 수 있는 범주의 사람들만 많이 만난 것이 아닌지 사실 의아하다.


예전에 태호오빠랑 이야기했는데 인문학 1도 모르는 무지렁이 나에게 문화 인류학의 한 원리을 아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해 줬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나."

인간은 사회적 욕구에 맞춰서 기능하고 자리에 따라서 사람이 변하는 경우도 많다.

외국에 가서 내가 갑자기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는거고, 여기서 잘 안맞는 사람이 잘 맞는 환경에서는 활약을 할 수도 있는 거다.


내가 이 분야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것 같아도,

해외에 나가보거나 업계에서 일해보면 내 진짜 강점이 뭐고 특성이나 관심가지는 분야가 뭔지 알 수 있다.


5. 이 글은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라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다.


꿈이라는 단어로 지금의 실행하지 않음을 얼버무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브런치를 쓰고, 계속해서 인턴을 경험했던 이유는 꿈은 꾸기만 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었고, 내 멋대로 생각해서 세계관을 좁히고 싶지 않았고. 동기부여를 하고 한 발 씩 나아갈 때, 내가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하니까 실력과 생각이 느는 게 보였다.


많이 부딪혀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 과 다르구나, 내가 부족하구나, 이런 부분이 부족했구나를 느끼면서 꿈 자체를 하나씩 내 삶속으로 끌어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고 아직도 많이 못끌어왔다.. 도대체 언제 할수 있는거죠?


6.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고싶은 것을 이뤄나가는 것 만큼 해야 하는 것을 충실하게 다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내공이 부족해서인지 자꾸 시간이 부족하다 ㅠ 누가 시간좀 팔아줬으면 ㅠ


관심만 많은 사람이 되고싶지 않다. 관심을 관심 자체로 놔두지 않고 진짜로 하나씩 이뤄나가면서, 더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을 해봤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더 많이 내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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