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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턴일기2

#인턴일기2 10. 퇴사 단상

by Jessy

0. 목요일 부로 퇴사했습니다 :) 제 세상을 넓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ㅠㅠ


1. 휴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수요일날 밤 새워서 야근했다. 들어올땐 마음대로지만 나갈때는 아닌건가요?

어쩌다 보니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나도 모르는 새에 생각하는 것도 바뀌어 있었다.

누구보다 착하고 매력있는 인턴 동기도 생기고 ㅎㅎ

좋은 분들과 재미있게 의미있는 일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운이 참 좋았다.


1-1. 학교와 회사를 병행하는게 두 배로 지쳤고 지금도 기말 레포트를 쓰고 있는데 인생 참...

어떻게 그걸 다했지? 라고 생각해보면 하고싶은 일을 멋진 사람들이랑 하는 날들이 즐거웠다. 열번 가까이 고친 자소서가 떨어지고 밤새워 포폴을 만들면서 이게 환상적인 기회라는걸 알았기 때문이어서였던 것 같다.


2. 집에서 도움받지 않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독립자금을 마련하고 금융접근성을 높이려고 대기업 준비를 주로 하던 나로서는 새로운 스타트업 조직에서 일해볼 수 있는게 큰 기회였고, 나중에 다시 스타트업으로 이직 하게 된다면 생각해 볼 접점들이 늘었다.


마케팅이랑 광고의 차이도 느끼고, 현직자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듣고. 무엇보다 작년에 쓴 글과 올해 쓴 글을 비교해보니 내가 생각하던 범위 자체가 넓어진 게 보였다.


3. 취준생 입장에서는 사실 본인이 제일 힘들다. 단군아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요즘 세대는 취업 지원 자격을 획득하기도 어렵고.... 그런데 지난 3번의 인턴을 통해 느낀 건 대표님도 힘들고, 팀장님도 힘들고, 사수님도 힘들다.


3-1. 직급이 어떻게 되든 이 R&R로 2018년 6월 23일은 다들 처음이다. 산업체가 얼마나 크든 작든 솔직히 내일은 나도 안살아봤고...


3-2. 어찌 되었든 결정을 내리고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야하는 c level , team lead. 실무진과 매니지먼트 단의 화합이라고 쓰고 일단 무마라고 읽는 점화작업을 매일 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 급이나... 속편한 사람이 어딨겠나 싶었다.


3-3. 자기 인생 고민이나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건 레벨에 상관없이 똑같고 직장에서의 책임과 개인적인 고민은 사실 나이들수록 더 커질 텐데 지금부터 의연하게 답을 찾자고 생각했다.


4. 덧붙여서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좀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좋겠는게,


스타트업의 구성원들은 2-3년마다 대격변을 겪는다. 회사의 성장 속도를 개인이 맞추지 못한다면 당연히 더 높은 레벨의 인재로 대체되는 거고... 창업자의 경우 좀 다를 수 있는데 하여튼 회사와 개인의 성장을 계속 이뤄나가야 한다는 걸 늘 마음에 품어야 한다.

정말정말 개인의 경제적 차원에서는 만약에 졸업과 동시에 독립을 할거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대출받고 해야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모님께 잘해요.....


특히 저처럼 첫째로서 동생들 용돈도 줘야하고 부모님께도 잘해야되고 처음부터 자산을 모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회사를 근거로 대출을 받을텐데 top down 구조인 한국 사회에서 스타트업 입사를 통해 못 얻는게 크리티컬 할 수 있습니다.


5. 개인적으로 3번째 인턴으로 스타트업에 다녔던 게 다행이었다.

바로 action 이 어느정도 가능했고 스스로 스텝을 만들 수 있는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시 인간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5-1. 지난 시간동안 에너지레벨이 높았던 나로서는 답답했던 적이 많았다. 근데 사실 나도 뭣도 아니었으먼서 참 왜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세상에 대해 시니컬 해지고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동료 따위 유니콘이라고 나도 모르게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geek 들이 있었다.

닮고 싶고, 뛰어넘고 싶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분.

후배이고 인턴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시겠다는 말씀 주신 분들 진짜진짜 감사했습니다.


5-2. 좋은 분들이 알아주셨고 들어주셨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이 참 많이 바뀌는데 자존감이 정말 많이 올라갔고 표정도 좋아졌다.

회사의 지명도나 이런걸 다 떠나서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고 감히 제가 그런 동료 코스프레를 할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습니다.


6. 일한다는 것. 자신의 업을 인생에서 꾸려나간다는 것. 끝나지 않을 고민을 조금 더 현명하게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받은 거 다 베풀 수 있게 더 재밌고 유능한 사람이 될게요 ㅎㅎ


이 글로 센트비 인턴 생활과 인턴일기2를 마칩니다. 올해 내로 취업해서 취업인 일기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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