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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Nov 10. 2019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람들은 결국 나를 떠났다

주말 단상

0. 하고싶은 것, 해야하는 것에 푹 빠져서 사는 요즘이다. 시간을 내서 상욱이랑 제제랑 저녁을 먹고, 서형욱 해설위원님의 스포츠 마케팅 강의를 들으러 DMS 세션에 놀러가서 선배들을 만나고, 화목 새벽에는 배드민턴을 친다. 회사 업무가 끝나면 2시간씩 나머지 공부를 하고, 독서모임을 가고 종종 친구들하고 여행하며 글을 쓴다.


야 지수야 넌 안 힘드냐.

Tony오빠는 종종 이렇게 물어보곤 한다. 예전에 지금 회사 최종면접을 볼 때 지금은 계시지 않은 조경희 전무님이 비슷한 질문을 하셨던 것 같다.


"레주메를 보면 어린 나이인데도 참 열심히 해온 것 같은데, 그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는 뭐에요?"

대답을 잘 못했다.


그냥 하고싶은 것을 말만하는게 싫어서 원하는 대로 최선을 다 했을 뿐인데. 면접 끝자락에 전무님은 앞으로 계속해서 열심히 해나갈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1. 내가 지치지 않고 계속 일어났던 이유? 돌아보면 딱히 이유같은 건 없었다. 버티고 버티다 보니까 어느순간 이만큼 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같이 달리던 누군가는 쳇바퀴같은 삶을 이제는 살기도 했고, 누군가는 마음 같지 않은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해외에서 더 넓은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어느새 우리가 사회에서 각자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구나.


예전에도 그랬고 요즘더욱 처절하게 와닿는건,

이제는 나와 클라스가 다른 사람이 있다.


2.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내 잠재력이 정말빛나는 건지 의심하고, 까보니까 내 그릇이 그저 밥그릇 정도면 어쩌지 고뇌하며 한발한발 밟아갔던,

그저 언제까지나 나란한 선에서 함께 노력하기만 할 것 같던 이들의 일부는 이제 감히 내가 만나지도 못할 사람들이 되었다.


연대 학관에서 인사해서 걸어나오던 누군가는 이제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뭉가와 피터는 과연 될까 싶은 해외 대학원에 계속해서 원서를 넣고 포폴을 넣더니 네덜란드와 미국의 좋은 학교에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훌쩍 떠났다.

내 든든한 학교 선배로 한국에서 사업을 할 것 같던 사람이 실리콘 밸리에서 펀딩을 받으며 정신없이 바쁘다.

언제까지나 서로 힘들때 놀리듯이 위로가 되주고, 나이 차이 나는 큰오빠처럼 친구처럼 지내주던 P 대표님은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거즌 지나가 버린 2019년을 돌아보면 일하면서 애는썼는데 생각보다 아웃풋을 내지는 못한 것 같다.

헤매기도 많이 했고 적절한 시기에 나도 turn around 해야 하는데 마음만큼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


3. 그저 착하기만 한 내가 아니라서 축하하는 내 마음 한켠에는 외로움과 불안감과 의심이 있다.

아 맞아 그사람이 예전에는 그저 나와 같이 고민하던 사람일 뿐인데 어느새 저만큼 성장을 이뤘구나. 식견은 저만큼 깊어지고 저만큼 많은 걸 겪었구나. 난 도대체 뭘 했지?


뭔가 내주위 분들이 잘나가고 나서부터 나하고 안놀아주는 건 아니다. 그렇다기 보다는 이제 나와는 다른 궤적에 deep dive하고 있기 때문인거다. 지고 싶지 않아서, 그사람이 내 머리꼭대기에 냉수를 부어주듯이 나도 그 사람에게 계속해서흥미로운 존재였으면 좋겠어서, 내가 안주하는 줄도 모르는 새에 안주하기보다는 다시 내 자신에게 집중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난 지금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여기서 조금 더 해줄 수 있는데 그저 편하려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 아닌지. 이쯤 되면 새로운 wave로 나를 채워야 하는데 쇄신하지 않고 고여버리는 것이 아닌지.


4. 난 내 사람들이 지쳐 있을 때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부담없이 새벽에 페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그러려면 나도 그저 멈춰서 기다리기보다는 더 멋지고 발전한 사람이 되야겠지 ㅎㅎ


다시 돌아간다면 잘 대답하지 못했던 면접 마지막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제 사람들의 고민 많은 밤 뿐만 아니라 열정을 쏟는 낮도 함께하고 싶어서, 그래서 저도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전무님.


HBC, 2019년 11월 10일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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