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새 드는 생각은 유튜브 춘추 전국시대다. 보람TV가 얼마를 벌었느니, 광고비가 얼마가 나온다느니 라는 썰들과 함께 거의 유튜브는 넥스트 비트코인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유튜브에 검색을 했을때 기존 organization이 만든 채널이 아니라 개인 신규 채널들의 결과가 보인지는 상당히 오래됬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검색이라는 질문의 올바른 답을 주는 컨텐츠가 잘 안나온다는 거다. 그저 노출만을 목표로 찍어 올린 동영상, 기존 포맷을 어설프게 따라한 영상,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해 선동하는 영상은 한국 미디어의 고질병 옐로저널리즘의 뒤를 이어 심각한 문제다.
의미 있는 새로운 시도, 실험적인 콘텐츠와 함께 유튜브라는 광풍에 올라타고 싶었으나 고민은 그다지 하지 않은 콘텐츠도 물밀듯이 많아졌다. 괜히 내가 선별해놓은 채널을, 식견있는 사람들의 뉴스레터를 신뢰하는 게 아니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결국 우리는 콘텐츠의 "격"에 다시 한번 집중해야 한다.
c.f. 구현모 님 브런치 - 매체의 격이 중요하다
https://brunch.co.kr/@jonnaalive/167
1. 콘텐츠란 참 어렵다. 참 신기한게 숫자로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니고
정량적인 지표로 설명할 수 없는 Culture tension, 경험, 시류를 꿰뚫어보는 눈이 큰 영향력을 가진 시장이다. 괜히 광고직과 콘텐츠 구매업이 전문직이 아니다.
이건 뭐 기술처럼 전수를 할수도 없고, 불공평하기도 하다. 누구는 너무 쉽게 물드는데 누구는 힘들다.
2017년 싱가폴 국제 광고제에 참석했을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 업계는 그저 노력으로만 되기 보다는 천재가 있구나 라는 걸 느꼈었던 기억이. 이 시장에서는 지식 그 자체보다 센스가 우선하는 것도 있다.
2. 그래서 사실 내가 엄청난 콘텐츠의 대가도 아니고 어떤게 좋은 콘텐츠라고는 말 못하겠다.
다만, 이럴때 콘텐츠가 별로더라 하는 건 이야기를 대략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망해봤기 때문에..
콘텐츠를 잘 만드는게 아니고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일때 콘텐츠는 바닥을 보인다. 이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서부터 기인하기보다 시스템적인 요소가 크게 작동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서
광고회사는 잘 만들고 싶은데 광고주 클라이언트가 그냥 100만원짜리로 하나 만들어서 해주세요 라고 한다거나
원래 콘텐츠 생산업이 아닌 다른 업종의 회사의 경우 내부에서 전문가가 콘텐츠를 만들어도 그거에 대한 인정이나 도움을 줄 사람이 없고, 주위 사람들이 그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기 어려운 경우
가 그렇다.
해야되니까 하는 콘텐츠는 결국 중간빵 또는 그 이하다. Killing contents 인지 그저 그런 콘텐츠인지에 대한 선별 없이 똑같이 "하나"로 성과를 평가하면서 왜 다른 거랑 똑같은 하난데 우리건 별로고 저건 잘하냐고 밑사람 쪼아봤자 되는 건 없다. 애초에 콘텐츠 n개를 만드는게 목표지 콘텐츠를 잘만드는게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포털 에서 뉴스가 노출되고 클릭당 광고로 온라인 신문사가 수익모델을 잡으면서부터 이 케이스는 문제시 되어 왔다. 자극적인 타이틀로 제목을 적고, 기사의 차별점 없이 그저 많은 양의 아티클을 발행하는 경우는 지금도 많다. 페이스북 광고 플랫폼으로서 페이지를 키우기 위해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퍼온다던지 하는 경우도 많았고.
다른 맥락에서 짚어 보면, 좀 잘나가는 컨텐츠의 시류를 보고 그게 왜 잘나가는지 핵심에 대한 고민 없이 틀만 따오는 것들은 항상 조악했다. 한창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 어떤 대기업 취업설명회에서 어른들이 봤을때 트렌드가 녹아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맥락없이 모모랜드 주이가 나와서 춤을 추고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던 재미있는척했던 회사 소개 영상을 보고 충격과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반대로 조회수의 측정기준의 덫에 걸려버리는 것도 문제다. 페이스북 조회수, 광고메일의 클릭과 오픈 수 같은 것들. 정말 재밌는 콘텐츠는 수많은 객기어린 실험 끝에 탄생하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려 하는 순간 콘텐츠의 한 방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의 "진짜"란 도대체 뭘까.
3. 뭐 사실 항상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콘텐츠를 생산할 수는 없다. 항상 대중성과 콘텐츠 자체의 질, 그리고 예산과 기한 내에 완성 사이에서 실현 가능한 지점을 찾을 수 밖에.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표준정규교육을 마친 이들의 계속되는 지식의 샘,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건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신념의 차이를 부채질해서 집단 간 파벌싸움을 조장하고, 콘텐츠의 양 자체는 많아졌는데 매력있는 콘텐츠를 찾는 건 더 어려워졌다. 만드는건 더 어렵고.
이 총체적 난국은 콘텐츠 생산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한국 미디어 시장은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참 힘든 에코시스템을 유지해왔다. 그래서 요새 드라마 시장에서 넉넉한 자본금의 스튜디오 제작사 모델이 모범 사례로서 조명을 받는 거고.
지금 당장 시스템들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우선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생각부터 조금씩 변했으면 좋겠다. 사실 아무리 콘텐츠 제작에 좋은 환경이 마련되도 결국 돈을 대는 사람이 "똑같이 하나 아냐?" 라고 하는 순간 답이 없어지니까. 좋은 콘텐츠가 생산되길 원한다면, 생산자가 자본을 쥐고 있거나 자본을 쥔 사람이 콘텐츠 업의 그 도도한 특성을 알아야한다.
김욱영 교수님은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 깊이감 있는 콘텐츠가 나온다고 했다. 그 고민은 어쩌면 생산자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이해 관계자 모두가 조금씩은 같이해야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