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삶이 흔들릴때마다 글을 썼다. 남들은 나보고 체력이 좋다 멘탈이 좋다 하는데 사실 그냥 버틴거다. 인간은 슈퍼맨이 아니라서 울며 힘들어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어떤 책의 구절대로 살았다.
실은 누구보다 변덕이랑 감정기복이 많아서 내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은 가끔가다 힘들어했고, 고민을 술에 취해 모르는 사람에게 반복해서 이야기하거나 친하지도 않은사람한테 전화하던 흑역사도 누구보다 검다. 여러분 모두 잊어주세요
이불킥 몇번 하던 경험이 쌓이니까 그저 주절대기보다는 내 안에서 고민이 휘몰아쳐서 결국 가라앉게 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게 글쓰기였던 거 같다.
1. 예전처럼 뿌리부터 흔들리지는 않더라도 화는 많이 낸다. 천성이 감정적이라 그런가, 슬퍼하는 것도 행복해하는 것도 큰 규모로 하는 편. 고쳐보려고도 했는데 감정의 폭을 그저 줄이려고 하니까 우울해 지더라.
내가 이제까지 그저 쳐맞고 요령없이 버텼던 건 그러고 보면 맷집이 아닐수도.
내가 쳐맞으면 주로 나도 상대방을 쳤다. 아니면 은혜는 2배로 갚고 원수는 200배로 갚는다는 인생의 모토 아래 일기장에 써놓던가 인연을 끊어버렸다. 물론 이방법도 나름의 효과가 꽤나 많이 있었다.
2. 지금 조직에서 나름 익숙해지고 앞으로 더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 칼날을 갈고 체력을 쌓으면서 요새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는 맷집을 쌓아라 라는 거다. 그럴 때가 있다. 파울로 코옐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순간처럼, 수많은 표지들이 갑자기 마법처럼 다가와 계속해서 나에게 메시지를 주는 순간. 요새 많은 사람들이, 상황들이 맷집을 기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2-1. 이야기 1.
엊그저께 J 하고 요새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회사에 익숙해지는 순간은 누가 나한테 중요하지 않은 일을 맡길때 하지 않거나 거부하고 별도의 부채의식을 느끼지 않을 때라고 했다. 아니면 내 KPI와는 다른 이슈를 가지고 나한테 본인의 입장만 두고 평가하거나 불평할때 상처받지 않는 때라고.
2-2. 이야기 2.
E와 짬이 나는 시간에 잠시 이야기나누다가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나에 대해서 안좋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내 단점에 대한 뒷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그런 것에 일희일비 하다 보면 한도끝도 없다. 그냥 깔끔하게 내가 잘못한건 다음부터 안하면 되고 정치질이 심해지면 정면승부를 하던지 조치를 취하면 된다.
2-3. 이야기 3.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님 ㅌㅇ 유튜브를 보다가 당장 실패하면 그 순간의 평판은 잠시 안좋아 지겠지만 그걸 바탕으로 결국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3. 결국 우리는 당장 평판 안좋아지거나 일부에게 사랑받지 못함을 감당해야 한다. 그건 당연한거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기 위해 백업해줄 영원한 내 편을 쌓는 것도 필요하겠지.
미지의 미션은 어쩔수 없이 실패하면서 해나가야하는데 맷집쌓고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패하고 빠르게 turn around 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상 속 잔물결은 영원히 있을 거다.
실패없이는 범주가 넓어질 수 없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제너럴리스트는 어떻게보면 모든 영역에서 딱히 잘하는게 없다는 말과 똑같다. 주관이 강하게 엣지를 날카롭게 갈다보면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고, 애초에 사람들에게 다 맞추려고 할 수록 오히려 주위에서 물어뜯는 경우를 많이 봤다. 맷집을 길러서 cover up 해나가면 된다. 담담하고 튼튼한 자세로, 내가 그저 버티기만하다가 굽혀지기보다는 맷집있게 한계단씩 밟아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