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Jun 30. 2018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강하다

#직장인일기 2017-02-26

2.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강하다.


한참 진로 고민이 많았던 22,23살 때는  동생들하고 다니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비단 나이를 떠나서, 본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점검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있기가 어려웠던 거다.


17살부터 나는 집을 나와 내 삶을 내가 꾸렸다. 기숙사 학교에서 살면서 한두 달에 한 번씩만 가면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갈 기회가 운 좋게도 빨랐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와서 또래답지 않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 말을 듣게 했던 점들은 실은 되게 사소한 것들이었다. 주말마다 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청소와 빨래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요한다는 걸 알고, 치아나 피부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치약, 로션을 가계 운영에 맞게 구입하고 의류비와 생활비 카테고리 안에서 경제관념을 만들어가는 것, 주거래은행의 혜택을 알아보고 금융 상품을 스스로 탐독해 홀로 설 준비를 하고, 학비를 내가 내지 못하더라도 용돈의 절반 이상 혹은 여행 비용 같은 건 스스로 벌고, 부모님의 생신 때는 제법 괜찮은 선물을 하고.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쉽지 않고, 세상은 참 넓고 추워서 나 자신을 지키는 데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주위 사람까지 지키려면 더 현명해지고 똑똑해지고 강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날 여기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이 영웅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 그냥 그런 것들이었다.


주입식 교육의 최대 폐해는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거세한다는 사실이다. 초 단위로 변하는 세상 속, 자기 자신의 꿈과 문제의식을 정의하는 능력이 필수가 되어가는 이 세상, 무턱대고 열심히만 하다가는 그냥 열심히만 하는 사람이 되는 이 세상에서 왜 주입식 교육이 공교육의 패러다임인지. 이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닌지.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내가 여기까지 힘들게 왔고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아직도 실수하고 넘어지고 지금도 완전하지 않다. 마음 단련이 누구보다 필요하다고 충고하고 다니지만 때론 꼰대같이 주위가 한심해 보이고 맘대로 되지 않는 일에 쉽게 짜증이 난다.


그래도 나아가고 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딪히고 담금질하고 있다. 24년 인생에서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건 그 어떤 타이틀보다도 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다들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나도 힘들고 지쳤고 자존감이 떨어져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데 왜 나는 보답받지 못하는지 몰랐다. 남들은 자신의 진로를 따라 쭉쭉 나아가는데 난 왜 외교에서 통계로, 통계에서 마케팅으로, 진통을 겪고 실패하고 맨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건지 억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사는 게 부럽지만은 않다. 나는 인생에서 주도권을 가진 순간부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신문을 읽고,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건 뭔지, 필요한 건 뭔지, 실패를 왜 했는지 점검하고 알아가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다 알지는 않는다. 평생 알아가는 연습을 해야 하겠지만, 내 삶을 내가 책임지는 순간 나는 불안하기도 했고, 처절하게 실패도 했고, 억울해보기도 했고, 그런데도 밑바닥 짚고 다시다시 일어나도 봤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내 삶을 내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건 물론 쉽지 않지만 재밌다. 진짜 나의 인생 이야기를 써나가는 지금이 좋고,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요새 주위에서 조언을 많이 구한다. 사회 초년생 막냉이에 아직 부족한 나에게 의견을 묻는 건 오히려 나에게 고마운 일이자, 나를 황당하게 하는 일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게 무섭다고 해서 절대 피하지 말길. 나잇값 하자는 이야기인 동시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건 그 어떤 순간보다도 축복받은 순간이고, 강해지는 순간이며, 진심으로 재미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 병아리인 내가 봐도 그렇다. 당신을 가장 당신 자신답게 만들 순간이자 당신을 가장 빛나게 만들 시간을 부디 유보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그 시간을 누구보다 찬란하게 누리길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ㅋㅋㅋ 여기 오기까지, 누구보다 어리고 부족해 이리저리 치일 때 옆에서 지켜준 내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

작가의 이전글 그 많던 중산층은 어디로 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