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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ug 12. 2018

인생의 축이 기우는 순간이 있다

0. 원래가 감정적인 사람이지만 매 순간 민첩하게 반응하는 삶을 살다 보면 문득 울컥 하는 순간이 있다.



0-1. 때로는 절박하게, 어리석게 부딪히며 내가 이만큼 이뤘구나, 여기까지 왔구나 깨닫는 순간.

생각하지 못했던 각도에서의 의견을 듣고 사고가 수정될 때.

확고한 자신의 색을 지닌 매력적인 사람으로부터 crush를 느낄 때.


그 순간 인생의 축이 기우는 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든다.

내 인생의 방향이 새롭게 자리잡는 소리가 울린다.



1. 인생의 축이 기우는 또 하나의 순간은 잊고 있었던, 알았지만 귀기울일 용기가 없었던 사실을 마주할 때다.



2. 상반기, 다니던 회사의 각 포지션 분들을 인터뷰했다. 인생의 축이 한번 기울었다. 이 말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계속되는 고민과 긴장감, 새로운 시장을 목표로 팀원들과 협업하는 건 어려운 도전이지만, 전 새로운 경험이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었던 것 같은데. 잠시 시간이 느리게 흘렀고 축이 돌아갔다.



3. 2017년 직장인일기,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강하다"에 내가 썼던 말이었다.


"내 삶을 내가 책임지는 순간 나는 불안하기도 했고, 처절하게 실패도 했고, 억울해보기도 했고, 그런데도 밑바닥 짚고 다시다시 일어나도 봤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잊고있었는데, 나는 원래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넘어지는 것도, 다시 일어나는 것도, 결국 결과를 얻어내는 것까지.



4. 씩씩하게 말하고 잘 웃지만, 쉬웠다고 생각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최선을 다해서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재미있어서였다. 그걸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이 분이 "저는 되게 재미있었거든요"라고 말해주셨을 때, 울어버릴 것 같았다.


맞아. 난 도전하는걸 재미있어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그걸 잊어버렸지?



5. 누군가 "지수는 되게 작은 칭찬에도 엄청 감동 받는 것 같아. 그리고 실제로 잘한다고 생각해서 칭찬하면 과도하게 아니라고 해!" 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술 먹다가 들은거라 누구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제 돌아보면 재수를 실패하고, 전과를 계속 실패하고, 크고작은 자잘한 고비들에서 내 스스로 힘들었던 감정을 제대로 대접해주지 못했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내가 나 자신을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오는 것 같았으니까.


사실 나한테 부족했던 건 나 스스로가 아니었다. 내 스스로에 대한 믿음, 이제까지 겪어온 것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나 자신을 충분히 믿지 못하면서 새로운 challenge는 벅차게 느껴졌지 더이상 재미있지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도전하길 좋아했다는 것도 있고 있었다니.



6. 정말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내가 도전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잠깐 성과가 안나온다면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하면 되는 거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을 필요가 없는데 내가 그게 참 안 됬다.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자기 세계를 자기 식으로 넓혀가는 건 어렵다. 근데 살면서 소신있게 뭔가를 하고 싶다면, 남의 세계가 아닌 자기 세계를 지켜야하고 그러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충분히 믿어줘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세계를 수정할 수 있다. 자신을 믿지 않으면 자기 세계는 쌓아올릴 수도 없는 법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인생의 축이 더욱 더 제시답게 기울길. 고민하고 다시 일어났던 나 자신을 충분히 믿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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