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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ug 21. 2018

기회가 올 때까지 기죽지 않는 방법

존버

0. "너는 자존감은 높은데 왜 자신이 없니."

아직 더위가 꺾이기 직전 한옥마루에서 5년 전 조교님을 다시 만났다. 난 나름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은 다시 난 1학년이고 조교님은 조교님 같은 밤이었다.


1. 왜냐하면 기회가 안오는 것 같아요. 똑같이 노력해서 남들은 되고 나는 안되는 거 같았던 순간이 있었고.

늘 더 멋지고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뭐 하나 이루는게 너무 어렵고, 그래서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결과를 얻은 지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게 힘든 제 자신이 더 부족해 보여요.


차마 하지 못했던 대답.

항상 당당하고 자신있게 도전하려고 노력했기에 마음속 한쪽 구석에 꽁꽁 묻어놨었던 내 치졸한 구석들.



2. 요새 있었던 일들

2-1. 아끼는 동생이 연락이 뜸하다 어느날 모 회사에서 인턴을 하는게 너무 빡세고 힘들다고 카톡이 왔다.

모 회사는 내가 작년 겨울 동계인턴에서 탈락했던 회사이자 첫 커리어로 너무너무 가고싶던 회사였다.


내가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좋니.

나는 그런 회사에서 일이라도 해보고 싶다고 치졸한 구석을 보여야 할까, 뭐가 힘드냐고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할까. 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면 넌 성숙한 언니로서의 모습을 바라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겨우 꺼냈던 대답.

내가 쭉 봐왔던 너는 그래도 항상 계속하며 얻어가는 것이 있었어. 좋은 일만 계속 될 거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스스로 단단해지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 같아. 잘 할수 있지?


난 아끼는 동생에게 따듯하게 말하는 법은 알았지만,

그 순간 내가 그 포지션이었으면 누구보다 잘 할수 있었을 텐데, 난 왜 안되지 라는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자기파괴적인 생각이 들어버렸던 나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할 줄 몰랐다.


2-2. 오늘 새벽에도 늘 그렇듯이 밤을 새고 있는데(...) 또 페메가 왔다.

(만약에 지금 그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뭐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재밌는 대화였습니다.)


내 글에서 자기 확신이나 도전을 읽으셨다는 분.

제 글에서요? 자기의심과 흔들림과 부족함을 적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읽으셨죠?



3. 기회가 오지 않아서, 기회를 잡고 싶은데 장애물이 많아서, 실패했던 기억때문에

난 기죽었던 적이 많았고 어디다 토로해야 할 지 몰라서 글을 썼다.


그럴 때마다 우린 어떻게 해야할까?

이상하게 그걸 요새 나한테 물어보시는분이 많다. 내 생각 물어보는 분도 많고.


(위의 두분 말고도 요새 저를 보고싶다는 분들이 종종 있어서 영광스럽긴한데

아니 근데 나 취준생 아니냐 나도 모르겠고 일단 취업부터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왜 다 나한테...)


그런데 돌아보니까 그런 일이, 이런 비슷한 일이 많았다.



4. 요새 왜이렇게 내 생각 물어봐주시는 분이 많나 해서 내 글을 쭉 다시 읽어 봤다.

내가 흔들리고, 바보같이 내 스스로를 몰아가기도 했었고, 절박했고, 텐션이 오르지 않아 내 자신이 싫었던 그 모든 내가 부족했던 순간들.

그리고 글이 최근으로 올 수록, 난 변하고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 난 내가 스스로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순간 난 실은 자라고 있었구나.

다른 사람들도 봐 주었던 나 스스로의 변화나 가치들을 내가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 라고 쓴웃음 지으며 말하니까 아는 후배는 "언니 멋있어요!"라고 했고


카드뉴스를 250개 정도 만들었어요, 라고 말하며 그런데 난 아직 멀었지 라는 말을 삼킬때

지홍이는 "너 좀 멋지다"라고 했었다.


소속 변경이 실패하고 스펙타클하게 살아왔던 지난 4년의 서사를 센트비 인턴 면접에서 말했을때

난 내 자신이 갈피잡지 못한, 기업이 원하는 공부잘하고 배경좋은 인재가 아닌 Geek으로서의 나를 보이는게 불안했다. 합격통보를 받지 못할까봐. 이 사람들이 원하는 사람이 내가 아닐까봐.

그때 Ryan은 소속변경 세번 내내 도전해본 사람도 없을거에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난 내가 나 자신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남들이 말해주는 파편에서 나 자신을 다시 배운다.

기회가 오지 않은 순간, 내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난 나름 대로 이룬 것이 있었다.

아직 내가 원하는 명함으로, 타이틀으로 치환되지는 않았지만 나 자신을 구성하는 것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해 바라봐주지 못했던 자질들.


그리고 그 "이룬 것들"은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적인 분류에서 성공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룬 것들"은 내 실패와 맞닿아 있었다.


돌아보면 난 노력에 비해서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를 얻었기에 자신을 잃었던 것도 있지만,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서 결과를 못 얻었던 거 같기도 했다.



5. 주변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쟤는 저렇게 미칠 수 있는게 있어서 좋겠다. 저렇게 하다 보면 되겠지. 어떻게 그렇게 해요? 일 잘하니까 쟨 마음 편하겠지 라고 말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다 되는 세상이 아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자신이 던지는 인생에서의 승부수가 과연 될까, 라는 불안을 항상 안고 있다.

그러다가 주춤하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그런 자기 자신을 회의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하는 이의 직업병이다.


내 주위에도 일 잘하고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고 자신의 인생에서 계속해서 승부수를 띄우는 사람들의 고민이 더욱 깊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하고싶은데, 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항상 가져가는 것 같다.


정말 큰 도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도 나 자신을 충분히 믿어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꼭 이기는 게임을 해보고싶다는 간절함은, 한번 더 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과 함께한다.

다시 한번 더 끝없는 터널 속을 걸어야한다는 두려움.



6. 2번, 5번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잔물결을 숱하게 겪는다.

갑자기 아끼는 후배한테 복잡한 기분이 드는 질문을 받고, 답답한 기분이 수도없이 든다.


우리에겐 기회가 오기 전까지 기 죽지 않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내가 생각했을 때 존버다.

인생 원래 힘든 거고 힘들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


지금 힘들고 고민되더라도 고민을 고민으로 남기지 않고 깊어지게 하면서 나 자신의 엣지는 날카로워지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실패에 기죽지 말고 당당하자.


언젠가 올 기회를 위해서 다시 칼날을 가는 그 순간도,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을 향해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

정말 끝나는 순간은 내가 잠깐 흔들리는 지금이 아니라 내가 포기해버리는 순간이다.

내가 소속한 곳의 지명도나 직급에서 밀려도 나 자신의 인사이트에서는 밀리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


꿈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다같이 만나길, 몇년 후 내가 이 글을 다시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자리에 서 있기를, 간절하게 응원하면서,


그럼 전 토익 스피킹 하러 갈게요.


++ 인간은 슈퍼맨이 아니다. 슬퍼하고 상처받으면서 자기 자신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고난에 견딜지언정 기죽어서 남에게 자신을 싸게 팔지 말라. 오기로 끝까지 버텨라. 싸게 팔아 편해지기 시작하면 인생도 얄팍해진다.

(겐조 도루 - 전설이 파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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