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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an 07. 2021

불안과 손을 잡는 법

0. 내 안의 불안에 침잠되지 않기 시작한 건 모든걸 다 잃고 엉망이 된 다음이었다.

그 전까지의 나를 구성해왔던, 불안을 조장했던 요소들을 모두 배격하고 밝은 사람, 밝은 물건들로만 철저하게 채웠다. 나를 조금이라도 불안하게 하는 것들은 미워하고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삶의 어쩔수 없는 혼란들을 삐딱하게나마 지켜는 볼수 있게 됬고, 어느 순간부터는 불안이 포용하고 소중하게 안아가야 하는 생의 일부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됬다.


1. 그렇다고해서 불안에 대처해왔던 예전의 자세들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시기에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불완전해서 완전한 과정에 서 있다.


너무 몰아치지 않기로 했다. 늘 빨리 행동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 마지막 해결책은 항상 충분히 기다리고 놓아주는 거였다. 충분한 무언가가 내 안에 쌓여 진주로 맺어지게끔 숨을 쉬는 것.


2. 난 "감정적 불편함"에 대한 참을성이 없다. 어떻게 보면 그 성급함이 날 이끌었다.

내 감정에 거짓말을 하지 못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만 괜찮아졌다.

언젠가 하종이가 unadulterated honesty(순수한 솔직함, 그 어떤 가식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요령이 부재한 솔직함을 의미함)에 대해 말했고 요령이 없는 것도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불안하고 불편해도 괜찮고, 거기에 대한 내 감정을 담백하고 가감없이 숨기지 않는 것도 괜찮다고.


3. 불안을 충분히 인정하고 슬픔을 애도하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이 뭘까.

애도가 과도한 자기중심적 피해의식이 아닌, 감사한 시간으로 남을 수 있게끔 하는 마음 가짐이 어떤건지 생각하고 있다.


벅찬 과제와 긴장 속 적시에 날카로운 판단을 해야 하는 요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술을 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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