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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Jul 27. 2020

비행기의 의미

@김포공항

비행기라는 공간은 특이하다. 몇 시간동안 앉아있는 공간,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안고 있다. 그 의미의 폭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만큼의 수, 또는 그 이상이다. 그 싱숭생숭한 느낌에 나는 여행 못지 않게 비행기를 좋아한다.


두 자리 건너 창 밖으로 김포의 야경이 보였고 어느날 봤던 말레이시아의 야경이 생각났다. 한강과 고속도로, 아파트 야경은 묘하게 코타키나발루의 불빛과 그 불빛을 바라보던 내 마음을 떠오르게 했다. 싱가폴에서의 여름을 마치고 한국의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귀국하던 그때. 내 인생이 어디로 향할까 막막하면서도 두렵고, 희망과 불안이 뒤섞여 궁금함으로 향했다. 인생에 적절한 위험도와 자유를 섞어내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항상 그 불안한 설렘을 안고 산다.


그 마법 같은 설렘은 아무때나 찾아오지 않고 그저 어느날 턱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환경이 여러 우연과 행운을 던져주어야 하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그 불안한 설렘을 잘 다스려 삶 속에서 지켜 나가야 한다. 불안에 잠식되어 자기를 파괴하거나, 설렘만을 추구하느라 현실을 잊어서도 안된다. 그 두 가지 감정이 아무리 벅차다 해도 적절한 위험을 감수해서 결국 원하는 바를 추구해나가는 마음도 단단히 지켜나가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작년에 어려운 고비가 많았고 필요 이상으로 힘들어했다. 아마 바뀐 환경이나 업무 자체가 힘들었다기 보다는 내 꿈을 팔아 소시민이 되는 것 같아서 힘들었던 것 같다. 삶에 대한 적응이 내 인생에 대한 타협이 되어 버릴까 봐. 삶에서 1도씩 올라 내 꿈이라는 개구리가 죽어버릴까봐. 그렇게 질식하는 것 같은 느낌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마다 여행을 떠났는데 삶에서 계속해서 추구해오고자 했던 불안함과 설렘, 도전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발악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작년에 해외여행만 4번을 갔고 내 재무설계사는 돈을 모을 생각이 없느냐고 타박했다. 그래도 작년의 나는 당장의 통장잔고보다 충분히 방황해보는 시간을 우선시했던 것 같다. 젊은 날의 치기를 잘 다스려 내 인생의 성장 곡선을 스스로 다지도록 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누구보다 내가 더 잘난 줄 알았지만 실은 너덜너덜하게 지쳐있었으며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혹사시켜왔던 나였다. 그때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지금, 비로소 발을 땅바닥에 붙이고 문제를 차근히 해결해나가려고 한다. 계속 붕 떠 있어야먄 설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 속에서 덤벼보려 하는 것도 충분히 불안하고 충분히 설렌다.


미지의 나라로 떠날 때의 불안함과 설렘은 인생에 계속해서 도전해나가는 감정을 닮았다. 그래서 비행기는 삶에서 계속 지켜나가야 하는 자세를 일깨워 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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