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길, 충분히 노여워하길.
2016년 인생의 바닥을 찍고 스스로조악한 사람이 되면서 느낀 건 다시는 나 자신을 이 상태로까지 몰아넣지 않겠다는 거였다. 얼마전 한강 강변에서 야외 요가를 했고 내 생각보다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 있었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충분한 마음으로 담백하게 임해야 하는데 쓸데없는 것들에 화를 내게 된다. 아 이런, 어쩐지 얼마전에 혓바늘이 돋더라니.
제발 쉬라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가 혓바늘이라는데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인이 쉴 틈이 어디 있을까. 밥을 두그릇씩 먹고,평소보다 수면시간을1시간을 늘리고 매일 씩씩하게 운동을 해서 5일만에 혓바늘을 이겨버렸다. 쉬면 지금 내 삶을 유지하는 것들도 함께 축 쳐져버릴까봐.
요 몇달 재택근무가 계속됬고 업무강도는 오히려 더 늘어버렸다. 안그래도 감각점이 많아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는 정서가 불안정해져서인지 다시 청소 강박이 생겼다. 하루에도 몇번씩 쓸고 닦고 창틀에 살충제를 몇번씩 뿌려가며 집의 모든 배수구란 배수구는 락스로 청소를했다.
하루에 열정을 매순간 쏟아내서일까. 어느날 저녁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자신이 되게 비어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끝까지 고민할 자극을 실어주는 건 그러고 보면 참 어려운 일이다. 오전 요가가 끝나고 오후 요가를 기다리면서 요가 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끝까지 고민할 자극을 실어주는게 참 기력을 많이 요하는 일이라는 거다. 튼튼한 마음의에너지로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튼튼한 사람도 한번씩 밸런스가 깨질 때가 있는 법이다.
돌이켜보면 난 항상 열심히였고 마음이 컸던 만큼 상처도 컸던것 같다. 어쩌면 나를 나아가게 하는 사람들로 내 주위를 채우고, 내가 원하는 것들로 나를 만들어가는 이기심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근육은 상처를 입고 회복하면서 커진다고 한다. 회복하는 그 과정 중 잠깐 내 자신이 빈 것 같은 순간, 난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
삶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게 할지라도,
조금은 깨져버린 나 자신에 대해 충분히 슬퍼하길.
그렇게 만들어버린 상황에 충분히 노여워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