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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ug 01. 2021

나 자신과의 이별

0. 이틀 연속 주말 새벽에 깨어 있다. 요새 낮밤이 좀 바뀌어서 다시 생체리듬을 찾으려는 시도다. 어느 순간부터 깊은 밤이 아무도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 집중하기 쉬운 업무시간이 되면서 밤에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내 하루의 시간의 틈새,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새벽에 요가를 하고 글을 쓴다. 마음이 차분해 졌다.


1. 최근 몇달간 솔직히 나답지 못했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주말을 보내고만 싶었으며 낮밤이 바뀐것도 사실 사람들이 우글우글하고 갈등과 사건이 일어나는 낮을 배겨내기가 힘들어서였다. 생산성이 떨어졌고 내 스케쥴을 자꾸 깜빡깜빡했다. 똑부러지게 할 일을 자꾸 해내지 못했고 slippy 하게 꼬리를 만들었다.


2. 다정함. 이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하고 발견한 새로운 나의 단면은 다정함이었다. 실수를 하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어하는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여유를 가지고 실수를 하나하나 처리하며 호흡을 찾기로 했다. 쉴땐 쉬고, 잘못한 건 사과하고 수습을 하면 된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내 주위엔 다정한 사람들이 계속 알게모르게 내 주위에서 신경을 써 주고 소식을 물어 줬으며 일부러 그런 사람들만 주위에 남기고자 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 주자 나도 타인과 세계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엔 불같이 화를 냈다면 요새는 조금더 넓은 마음으로 다정하고 따듯하게 대해주려고 한다. 그때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면 요새는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기대하려고 하지 않는다.


2-1. 올해 1234월, 본가를 들여다보고 내 집을 돌보고 직장을 옮겼고 사람문제로 맘고생도 많았다. 생각해보면 안좋은 일이 엄청 한꺼번에 왔는데 신적인 의지로 이겨내고 17살부터 하루 4시간씩 자던 스케쥴이 10년이 되자 내 몸의 체질과 성격이 한번 바뀌는 터닝포인트가 된 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2-2. 사회초년생시절 모든게 어렵고 서툴고 재밌어 울림이 크던 시절, 지연 차장님이 서투른 내 화장과 조급한 마음가짐을 보고 눈썹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며 해준 말이 있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 더 둥글어지지 않겠니."


그때는 그 말에 엄청 위로만 받았었다면, 이젠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어떻게 세상을 둥글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것 같다.



3. 최근에 나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화낼 만하고 힘들어할 만한 상황인데도 괜찮다며 여유있게 대하는 나를 보고(물론 대처는 여유롭지 못하다 예상밖의 일이 생기면 밤을 새거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수습하기 위해 똑같은 공수가 들어간다) 성격이 좋다고 했다. 28년동안 들어보지 못한 칭찬이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맺고 끊는 것에 단호하면서도 다정할 수 있다. 어쩌면 다정함이란 어렸을 때 꼴통으로 실컷 산 사람들이 내 자신에게 주는 관용을 타인에게도 스펙트럼을 넓히는 건지도 모르겠다.



4. 사람은 타인을 만날때 내 안에 있던 나 자신을 만나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실은 내가 어떤 사람과 이별하고, 조직과 이별하고, 단체와 이별하고, 상황과 이별할때 정말로 이별하는 것은 내가 이전에 가졌던 내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 우리는 모든 순간 알게모르게 이별하고 있으며, 잘 이별하느냐 애매하게 이별하느냐에 따라서 그 다음 나의 시작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별해도 괜찮다. 난 또 새로운 내 모습을 만나게 될 거고, 이건 나 혼자만의 아픔과 시작이 아닐거라 믿는다. 때로는 마음의 아픔이나 서투름의 경험이 내 자신만의 경험이 아님을 깨달을 때 오는 위로가, 내 자신의 사슬을 강조할때 오는 얄팍한 뿌듯함 보다 낫다.


아프고 힘든 순간이 왔고 앞으로도  오겠지만 어려운 순간 잃지 않아야  것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처럼 용기와 진실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다.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고 우린 다시세상에 맞설 수있다. 도망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강하고 새로운  자신을 만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커피, 좋은 울음(a good cry), 침대에 파묻힌 하루일 것이다. 감정의 바닥을 찍고난 , 새로운  자신으로 다시 삶으로 돌아오자.




용기는 압박 아래에서의 품위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Courage is grace under pressure.
- Ernest Heming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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