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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Aug 16. 2021

과연 난 괜찮아질 수 있을까

제주 요가 여행 1일차 @취다선리조트

"우리 요가 여행, 일주일도 안 남았어!" 집근처 요가학원에서 수업 중간에 쉬던 중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벌써 그렇게 됬다고? 다다음주쯤 아니었나?

내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 제시, 비행기 티켓 예약은 한거지? 하며 친구들은 까르르 웃었다.


한달여 전, 요가 학원에서 8월에 있는 긴 연휴 기간에 Jeju Retreat 이라는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제주 서귀포의 한 리조트에서 2박 3일간 머물며 요가 수련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차 체험 같은 것도 있고, 우리 수련원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다른 강사분들이 준비한 수업도 한다고 했다. 그땐 별 생각 없이 친구들이 가자길래 그래 가자, 고 해서 돈을 냈다. (그땐 정말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갔구나.


정신없는 날이 이어졌다. 올해 2분기는 마음과 몸의 건강을 추스르느라 평상시의 나답지 못했고 그동안 따라잡지 못한 걸 바짝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었던거다.새벽수영을 나갔고, 상담을 받았고, 미뤄왔던 자격증 시험도 합격했다. 일도 다시 열심히 했다. 정신 못차리던 시기에 내가 나 자신에게 엄격하느라 나 스스로도 내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고 있을때 언니들이 따듯하게 해주는 충고가 많이 도움이 됬다. 버티고 버티느라 고생도 많이 한 나였고 어떻게 해야 다시 밝아질 수 있는지 찾고 있는 중이다. 적어도 난 이제 내 인생의 리더쉽에 대해 고삐를 쥐었다. 어디로 가야할지는 잘 모르겟지만.


그렇게 여행 하루 전날이 되었으나...내가 얼마나 정신머리가 없었느냐면 2박 3일간 여행갈 짐도 안싸놨다. 그 전날 집청소하고 뭐하고 공부하고 하니까 벌써 새벽한시였고 난 너무 지쳐있었다. 그래서 그냥 잤고 그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짐을 쌌다. 틈만나면 배낭여행을 갔던 대학생 시절, 사회초년생 시절의 여행경험 덕에 이제 짐은 눈감고도 척척싼다. 애초에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 예전엔 일주일 동안 러시아 3개 도시 여행하는 여행짐도 그날 아침에 싸서 갔다. 정말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새벽의 이태원은 이제 여명이 트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 꼭 새벽비행 저가항공으로 여행가던 때 같네. 그렇게 마스크 안에서 빙그레 웃으며 공항에 갔다. 날씨때문에 연착된다 했으니 8시 반 경 제주에 도착할 터였다. 택시를 쉐어해서 타고, 취다선 리조트에 가서 4시간 반-5시간동안 세 개 의 요가 수업을 듣고, 차 체험을 하고, 제주에서 맥주 브루잉을 하는 제주 주민 외국인인 내 룸메이트를 만나야 한다.


이렇게 대책없이 떠나도.. 나.. 괜찮겠지?

마음 속에 떠오르는 나 자신에게의 질문은 살포시 접어 둔다. 하지만 몇달 전부터 스스로에게 물어오던 질문은 점점 더 크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나, 과연 괜찮아질 수 있을까?


8월 14일 토요일, 취다선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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