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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Sep 11. 2018

"너는 너무 빠른 사람이야"

제일 많이 듣는 말

0. 빠른 운동을 좋아한다. 러닝을 할때는 기본 8에서 9로 올려놓고 1시간을 줄창 뛴다. 스윙이 무거운 테니스보다 가볍게 날아다니는 배트민턴을 사랑한다. 운동 뿐만 아니라 나에게 모든 것은 The faster, the better 였다. 또래보다 앞서나가는 언니 오빠들과 다니는게 더 잘 맞았고 주어진 일이 있으면 바로 몰입해 끝을 봤다. 

말도 빨라서 엄마는 종종 니가 너무 말을 잘하니까, 내가 말할 시간을 벌기가 힘들다, 라고 한다. 종종이 아니라, 자주. 아니 거의 항상. 


아마 내가 광고에 잘 맞았던 것도 초 단위로 변하는 트렌드에 그때그때 맞춰서 나 자신을 변화시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테크 분야에서 마케팅을 하고 싶은 이유도 변화가 빠른 시장에서 내가 생기있음을 알아서다.



1. 빠름은 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느린 걸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칼날이 두개다.


문제가 주어졌으면 이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빠딱하게 해결을 해야지 왜 징징대고 앉아있냐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아직도 어린 얜 줄 아냐고

가까운 사람에게 배려없는 말을 한 적도 있다. 그때 내가 정말 뭘 몰랐다.


자기 자신을 계속해서 단련시켜왔던 나지만 문제 상황에 닥치면 순간 벙쪄지는 순간이 없지 않은데. 그건 빠르고 느리고를 떠나서,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건 다 힘든건데. 누구보다 바보같았던 적도 많은데.


불완전한 사람이 불완전한 사람에게 완전함을 강요하는 건 얼마나 불합리하고, 이기적인 일인지.

그리고 내가 그때 그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2. 빨라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나를 스스로 고립 시킨 적이 있다. 이것 역시 아팠던 2016년의 기억이다.

왜 가이드를 주면 그때그때 따라오지 못했는지 복장이 터졌고, 사실 그렇게 팀원과의 합이 안 맞을 때 역성을 내봤자 잃는 것 밖에 없는데 알면서도 나한테 불리한 선택을 했다. 순간 내 감정을 폭파시키면 남는 건 상처 뿐이라는 걸 그때 참 맵게 배웠다. 나 스스로 상처받았고 주위사람들에게 상처줬다. 내가 엇나가지 않도록 상기시켜주는 고마운 절망의 기억.


2-1. 그 절망이 있었기에 나보다 잘난 사람이든,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든, 나랑 다른 페이스의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팀을 맺어야 할지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팀이 될 수 있을지.

지랄해서 내 식대로 맞추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장점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빛낼 때 팀도 빛난다.


2-2. 사실 진짜 리더는 리더의 직함을 달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리더인 것도 아니고.

리더는 "여러 사람"을 "팀"으로 승화 시키는 능력을 가진 이다.


모든 구성원에게 포용력을 베풀어 각각의 음표들을 악보로 엮어내는 사람.

얘가 없으면 조직이 균형이 안 맞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진짜 리더다. 



3. 요새 테슬라와 페이스북이 흔들린다. 40만 대 양산을 약속해서 신모델을 예약판매 했던 테슬라는 지금까지 고작 2만대를 양산했다. 매체가 설명하기론 일론 머스크가 자동화 공정이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폭발적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던 페이스북은 사용자 정보 유출 문제로 매일매일 카운터 펀치를 맞고 있다.


테슬라와 페이스북, 그리고 나의 공통점은 급행열차처럼 달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정면으로 들이박았다는 거다. 돌아볼 시간 없이 맹추격 하며 체력관리 안하면 맹수도 죽는다. 우린 셋다 그걸 너무 맵게 배우고 있다.


3-1. 내가 기술을 사랑하는 이유는 기술은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기술은 사용자 행태를 변화시키고, 시장을 변화시켜서 결국 제도까지 바꾼다.


전라도 출신으로 프랑스어를 배우고 신흥 시장에 도전하며 이길 수 없는 상대를 이기는 게 좋았다.

계속해서 Game changing을 추구해왔던 나였기에 판을 다 뒤집어 엎어버릴수 있는 기술이 매력적이었다. 

내가 기술과 아이디어가 만나 세상을 바꾸는 순간을 사랑하는 이유다.

 

3-2.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정선언 기자님이 말씀하시길,

"기술이 너무 빠르니까,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는 거에요.

이렇게 사고가 나면, 그래도 기술 기업들이 사회와 적응 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시도를 하고,

그 시도에 대한 필요성을 알아요.


이 위기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테크 기업들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셨다. 



4. 아이러니 한 일이다. 위기에 대처하고자 빨라졌는데 빨라짐 자체가 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지수는 두뇌 회전이 빠른것 같아. 감정도 그럴수 있고." 최근 들었던 말.

그리고 앞으로도 수없이 들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앞으로 수없이 더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내가 만들어낸 위기에 적응하고, 그렇게 난 항상 적응해야 한다.


느리고 도태되는게 죽기보다 싫었고 기민하게 움직여서 펀치를 날리는게 좋다. 

지금도 날렵하고 인사이트 있는 사람들,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만나야 할 또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걸 안다.

특히나 세상에 프로덕트를 팔고 소비자 접점을 만들어야 하는 나로서는 더욱이 그렇다.


정말 펀치를 먹이고 싶고 게임을 바꾸고 싶다면 내가 덤벼드는 데가 어딘지 알아야한다.



5. 모든 사람이 다 나같이 살 필요는 없다.

뭐 하나 주어지면 다 죽어라 덤비고 그럼 얼마나 세상 빡빡하겠어.


남들과 어울리되 남들과는 다른 시각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

그게 나처럼 너무 빠른 사람에게 주어지는 평생 과제가 아닐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시는, 제 마음까지 차분하게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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