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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Oct 15. 2021

새벽 산책

의식의흐름


0. 늦은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새벽에 걸었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올해는 거의 무기력증, 번아웃과의 투쟁으로 가득차있지 않나 싶다.

한국은 참 밤낮이 다른 나라라는 생각을 늘 한다. 새벽의 강남처럼 차가운 풍경도 없을 거다. 오전과 오후 바글바글한 인파와, 대화와, 치열함과, 교통 체증이 모두 없는 이 시간은 마치 다른 도시 같다.


1. 가끔씩은 계절과 상관 없이 새벽의 공기가 너무 차가울 때가 있고

취하려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데도 차가워서 취하지 않을 때가 있다.


차가움에 놀랐고, 생각보다 내가 강남에서 추억이 쌓인 장소가 많아서 놀랐다. 여기서 누가 결혼을 했었지, 여기서 그때 예전 회사에서 행사를 했었지 싶고

열심히 살고 싶다가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신촌과 송도밖에, 꿈밖에 모르던 내 시야가 넓어진건지, 좁아진건지, 넓어진 동시에 좁아진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2. 코로나블루때문인지 빠른 세상의 흐름 때문인지 주위도 많이 지친것 같다. 누군가는 성인 ADHD가 의심된다며 해결책을 찾고있다고 했고 누군가는 L트립토판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일단 나도 마인트롤정을 복용하고 있는데 사실 수면촉진제나 수용체 억제제는 이제 비타민처럼 건강보조제 반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간이 힘들면 밀크씨슬을 먹고 피곤하면 비타민 D 먹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면 마음약도 꼭 처방받아 드시길. 훨씬 낫습니다.


누구는 성인ADHD, 애정결핍, 의존장애, 코디펜던트 같은 심리병리학적 단어들이 요즘 수면위로 많이 떠오르자, 예전에는 그런 것 없었고 오진도 많은 것 아니냐 예민하다 이런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마음챙김과 단단함, 다정함 같은 것들이 많은 시대라서 그런 개념이 많이 등장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새로운 개념"은 사회상과 시대상을 반영하니까.



3. 사실 본인 상태는 본인이 제일 잘안다. 굳이 사회생활 일상생활이 어렵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멀쩡하게 자신의 역할을 어찌어찌 하고 있어도 기력이 예전처럼 들지 않는다던지 주눅이 들었다던지 해야할일이 목전에 닥쳤는데도 쉽사리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다들 마음 챙김이 필요한 거다. 나도 마찬가지고.


무릎을 다치고 나서 요가를 잘 못하고 있는데 빨리 건강이 호전되었으면 좋겠다.



4. 최근 누군가는 나에게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나는 예전처럼 커리어 개발이라던가,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던가 그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찾고 있다고 했다. 지금 찾고 있는게 맞으니까.


그래 난 지금 멈춰있지 않고 찾고 있다. 포기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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