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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Sep 23. 2021

독립과 삶의 반경

0. 근황 -결국 추석때 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들은 하지 못한채 연휴가 갔다. 도망치듯 2박 3일 여행다녀온 걸 제외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그간 쌓여있던 피로와 수면 부족(심한 때는 하루에 2-3시간만 자고 일주일 집안 사정 일 + 업무 + 개인 공부 + 운동 + 대인관계 강행)으로 입 패이고 난리 났다. 마지막 연휴 이틀은 말 그대로 잠만 자고 뻗어 지냈는데 살면 살수록 인생이란 역시.. 고비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 고비는 점점 높아지고 험난해지는데 사실 다들 그정도 고비 뛰어넘어주면서 살더라.


1. 요새 이런 과정에 있다 보니 블루콕 사람들하고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사회생활 4-5년차에 접어들면 머무르는 사람과 도약하는 사람이 확 한번 갈린다 라는 이야기.


이야기의 화두는 결혼과 유학/해외진출이었는데, 정말 20 후반의 포문을 열자마자 청첩장이 와르르 쏟아지더라. 심지어 나보다 바쁘게 사는 친구도 결혼함.. 다들 어떻게 하시는거죠..?   한번도 내가 늦었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이쯤되면 내가 늦어지게 되버린 수준이다

그리고 아직은 나는 준비 단계인 해외 진출(유학/이직 등)을 이미 입학승인/잡오퍼를 받은 사람도 속속들이 생기고.


1-1. 사실 이건 나의 좋은 사인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내 위치에 맞는/ 내 나아가는 속도에 맞는 사람만 옆에 남게되는데, 그렇게 힘차게 인생의 포문을 여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는 건 나 역시도 그렇게 잘 달려왔다는 거고, 다만 지금은 내가 좀 늦은.. 한번의 또다른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라는 거다.


1-2. 이게 정말 무서운 이야기인게 내 주위 사람들이 그저 그렇게 다들 사는거 같아보이는 이유는 내가 그저 그렇게 살고 있어서다. 경험상 미친듯이 허덕이거나 허슬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들끼리 뒤 돌아볼 경황 없이 달리고있더라.



2. 최근 운전하고 /전세집 대출받아 구하고/본가 집안일에 함께 힘을 보태면서 의사결정하고/이직하면서 내 삶의 반경이 엄청 넘어졌고 예전에 비해 안보이던 것도 엄청 많이 보이는 느낌인데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추천하는 건 역시 독립이다. 물론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 부모님 집이 있고 내가 30 전에 현금 모아서 확실히 결혼하겠다거나 현금을 사용할 목표가 있으면 현금 흐름을 위해서라도 같이 사는게 200배 낫다.


근데 딱히 그게 아니고, 결국 언젠가는 결혼을 한다거나 스스로 사회인으로 우뚝 서야된다라고 하면 나는 엄청 독립을 추천하는 편이다. 자식은 언제까지나 부모의 세상 안에서만 살 수는 없다. 나와야 할때는 나와줘야된다. 스스로 아파도 보고, 실수도 해보고 스트레스도 받아보고 책임도 지면서 어른이 된다. 스스로 청소빨래설거지, 하수구/배수구청소, 해충방지, 가구고치기, 전등 및 안정기교체 같은 것도 해봐야 기본적인 가사도 몸에 배이는 건 마찬가지다.



3. 사회인이 되었다는 건 그냥 단순히 돈을 벌면서 경제생활 인구가 되었다는 것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나 스스로 살아갈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고, 그 힘은 비단 소득을 만들어내는 원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아주아주아주아주 빙산의 일각 이다.


"저는 딱히 커리어에서 돈은 상관 없어요." 라고 말을 하려면 우선 서울에서 본인 힘으로 전세집을 구해보고과연 그 말을 똑같이 할수 있는지 봐야된다. 이게 과연 내 스스로 지속가능한 현금 흐름으로 나름의 방법을 찾아서 그말을 하는 건지 / 부모님의 보호 아래 아직 있으니까 그냥 자기 일과 사랑만하면 되는 상태에서 누리면서 하는 말인지를 봐야된다는 이야기다. 정말 자기 스스로 자기 삶을 책임지고 하는 말인지 봐야된다는 거다.



4. 사실 표면적으로 독립하고 말고를 떠나서 제일 중요한 건 책임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

(말만 독립해놓고 월세를 부모님이 절반부담해주거나 빨래나 청소를 주말마다 부모님께 의탁하거나 이러면 뭐 말짱 도루묵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스프레드 시트에 맞춰서 부모님과 살면서 돈을 전략적으로 모으는 게 더 책임감 있는 선택일 수 있음)

때로는 찾아오는 우울감이나 인생의 부침에 흔들릴지언정 포기하지 않겠다는 책임,

언젠가는 내가 지켜드려야 할 부모님과 어쩌면 내가 가꿀지도 모르는 가정을 동시에 돌보고 책임지겠다는 진지한 마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위해 우선은 내가 내 삶을 먼저 돌보고 지키는 연습을 하는 거다.


삶의 반경을 넘어서는 것은 원래 고통스럽고 힘들다. 웃으면서 하는 사람들도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없는게 아니다.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방법이 웃으면서 고비를 넘는 것일 뿐이다.



5. 사람에겐 각자의 속도가 있다지만 그 말을 내가 그저 머무르고 있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나와야 될 땐 나와 줘야된다. 부모님집에서든, 과거의 내 모습에서든, 지나간 시대에서든 나와 줘야 된다.실컷헤매고 실컷 머뭇거린 후, 더 강해지고 더 발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이 꽉 깨물고 다시 앞만보고 달리는 거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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