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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Oct 31. 2021

삶의 격

0. 인생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재정립될때마다 힘들었고 우울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 내의 도전은 늘 즐겁고 설레지만 나라는 사람의 그릇을 깨서 새로운 흙을 덧붙인 후 화덕에 넣는 변화는 벅차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독 변화가 많았고 그간의 내가 쌓아왔던 정신적인, 금전적인 자본들에 기대어 이겨낼 수있었다. 늘 인생이 순탄치 않았던 나지만 이번 고비는.. 정말 못이겨낼 뻔 했다. 이제까지 맞이하지 않았던 상황들에 나를 던지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데이터를 더 잘 찾게 된 것 같다. 잠시 헤매고 머뭇거릴 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았던  나 에게 감사했고, 더 돌아보면 이제껏 치열하게 악바리처럼 결국 이겨냈던 나라는 사람의 역사때문에 결국 이겨내겠지, 라고 내면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희망은 항상 사람을 깨어있게 하고 고상하게 한다. 막막한 어둠 속 결코 안될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의 줄기를 놓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1. 나를 죽게 하지 않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이번에 내 경우에는 발전하기 위해 시련을 이겨내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그냥 시련을 이겨내고 싶지 않고 예전의 나 상태에 머무르고 싶고 과거의 내 상태가 그대로 쭉 이어지기를, 나 자신을 시련을 이겨내며 쇄신하기보다는 이 성공 경험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시련을 이겨내고 싶지가 않았던 것 같다. 늘 그랬던 이 시련을 이겨내면 난 다른 사람이 될거고, 헤어지고 싶지 않은 나 자신, 내 주위 사람과 이별을 해야하기 때문에.


가끔씩은 제일 좋은 치유란 내 상태가 나아지는 게 아니라 다시 세상에 맞설 준비가 되었음을, 때론 내가 원하는 걸 얻는게 치유가 아니라 내게 필요한 걸 얻는 게 치유라는 생각이 든다.


2.쉬운 선택과 올바른 선택 중에 고민했고, 나의 Social Status를 향상시키는 선택과 팀 전체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문화를 만드는 선택 중에 고민했다. 그런 고민을 할때마다, 내가 그런 고민을 하는 중인지도 모를 때 요새 무슨 고민 있냐고 물어 봐 준 사람이 옆에 있었고

이번에 큰 마음고생을 치르면서 10대와 20대 전반에 깔렸던 내 안의 불안을 잘 다스리는 연습을 하게 됬다. 이렇게까지 엉망인 상태가 되었는데도 난 죽거나 무너지지 않았고, 여전히 살아 있었기에.


3. 올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가족에 대한 부담, 책임, 그리고 내 스스로 1인 가구를 운영하고 차를 관리하면서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늘어났다. 올해 정말 역대급으로 불안정했던 부동산 흐름 안에서 부동산 뉴스도 챙겨보게 되고 갭투자 한다는 주변 사람 말도 듣고 무엇보다 드디어 전세집 마련 .. 당연히 대출을 포함했지만 1인 가구가 되는건 참 이전과 이후가 많이 갈리는 경험같다. 본인 스스로 창틀청소와 이불청소와 철마다 옷정리와 안정기 갈고 에어콘 필터 청소 화장실 청소 하수구 청소 등등의 가사를 해본적 없는 사람 또는 그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과 나중에 결혼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젠 선뜻대답하기 어려워짐.


개인 금융 포트폴리오도 관리하고, 투자해서 몇살까지 얼마 모을지, 해외진출하게 되면 뭐뭐를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되는지, 그저 꿈인 것을 현실적인 스텝으로 정리했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하고싶은 것 뿐아니라 내 인생에서 필요한 것, 조금씩 힘든 숙제를 했다. 아직 많지도 않은 나이에 가족 관련해서 뭐 이리 많은 걸 책임져야하나, 주위에선 K-장녀가되지말라 했지만 사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됬다! 돌아보면 이제 내가 그런 책임도 너끈히 질 경제력과 철듬과 이런 고민을 할 짬이 되었기에 이런 고민도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함!! 당연히 힘든 일이지만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인생전반 고민할 거리의 초입에 든거고 그렇게 보면 고민하는게 자연스러운 거다.


4. 직장생활 마법의 문장, 저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겠지 가 마음에 들어왔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세계를 바탕으로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결정을 내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면서 산다. 그냥 현재를 소중히 여기게 됬다. 그냥빠르게 앞만 보고 치고 올라가다가 가끔 가다 긴 인생 긴 호흡의 커리어를 꾸려가며 한발짝 물러서는 선택을 하거나, 본인보다 어린 매니저와 일하는 경혐등등을 하는, 언젠가는 나도 하게 될 경험이 좀더 와닿는다. 시니어가 되서 10년 후배 또는 10년 선배랑 같은 직위에서 일을 하는건 어떤 느낌일까? 30대 살기 좋은 나이에 창업이나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그저 멋져보였다면 지금은 대단해보이는. 그 모든 걸 다 보면서 내 스타일은 뭘지 다시 집에 와서 생각한다.


5. 삶의 격을 높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면서도 내 힘을 키우고 싶다고. 계속해서 치이고 꺾이고 때로는 주눅들더라도 체념하거나 머무르지 않고 함께 나아가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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