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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Dec 10. 2021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시 연말 회고

벌써 연말이고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굳이 안겪어도 되는 일도 많이 겪음 올해는 하도 일이 많아서 연말엔 좀 태풍이후 잠잠할 줄 알았는데 왜이렇게 바쁜거죠..? 그저 올해 내로 해야 하는 일이 마무리 되기만을 바라고 버티고 있습니다.


많은 나이도 아닌데 별별 일들을 겪으니까 주위에서 위로한답시고, 고비가 많았던 사람이 더 아름답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솔직히 그런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긴 한데 동감하지는 않습니다. 상처가 많아서 좋을 일이 뭐가 있습니까. 애초에 내가 원한 도전이라고 해도 힘든일 없이 이루는게 힘든일 많이 이루는 것보다는 이득입니다.


살아보니 고난 없이 자란 아이들은 금방 꺾인다 하는데 그것도 틀린 적을 많이 봤습니다. 고난 없이 자란 사람들은 이제까지 고난을 겪을 필요 없이 그의 환경이 지켜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켜질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집안의 재력이든, 가정에서 공동체에서 빚어준 단단하고 바른 성격이든, 감당할수 있을 만큼만의 도전을 잘 넘어왔던 사람의 자신감은 사람을 빛나게 하고 어두움이 물러나게끔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 그렇게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확실히 진짜 그런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난으로 하여금 구김살 있는 사람, 삶의 트라우마를 잘 안아줄 재정적 시간적 정신적 자본이 없었던 사람보다 고난이 없었던 사람이 더 밝은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했고, 도망가는 것보다는 끝까지 책임지는 게 나아서 때로는 손해도 보고 생채기도 생기고 그러다 보면 앞으로의 산을 넘어갈 생각에 아득하기도 합니다.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치열하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게 16살이었나 17살이었나, 열심히 산지 만 10년이 지나니까 올해 저는 "한번 왔"습니다. 어른들이 주위에서 그렇게 너는 꺾일까봐 고민이다 할때 진짜듣기 싫었는데 그들이 말한게 이거였나 할정도로 화내고 싶지도 않고 싸우고 싶지도 않고 그냥 다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그만두고 싶었냐면 요가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2급이랑 발리 요가학원 수련자 취업 코스를 알아봄..


펑펑 울기도 하고 내 주위 사람들이 싹 다 바뀌기도 하고 그렇게 자연스레 떨어져 나간 인연에 아프기도, 누군가 책임지지 않고 떠난 것을 때로는 손해다 싶을 정도로 책임지고 그 과정에서 때로는 제가 누군가에게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삶의  무게에 늘 당당했던 사람도 때론 다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매기는 책임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할 것 같기도 합니다. 삶의 무게에 내가 당당한건지,  아니면 당당해야하는 건지. 


그럴 때가 있습니다. 잘 넘어 와서 이제 다 넘어 왔나 괜찮다 싶다가도 삶의 잔물결이 이것저것 쳐서 잠잠히 내 한계가 차올랐던 순간, 그럼에도 쉴 시간을 내지 못했던 순간, 그와중에 누군가는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 주어 내가 끝까지 무너지지는 않았던. 힘차게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결과가 겨우 이건가, 내가 인생이라는 게임을 너무 만만하게 봤나, 앞으로도 이런 여정을 해나갈 자신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이제라도 그만두고 싶은건지 고민되는 순간이 살다 보면 있고, 어쩌면 앞으로도 오겠죠. 올해는, 이제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카드 안에서는 해결책을 찾을수 없어서, 저 자신에게 새로운 면모를 갖추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참을 건너 와서 내 역사를 알지 못하던 새로운 사람 앞에서 마침내 마음으로 펑펑 울면서 저는 드디어 인생의 새로운 장을 넘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다시 삶의 장 앞에서 씩씩하고 조금은 더 겸허해진 자세로 맞서기로 마음 먹은 건 이게 저에게 좋아서입니다. 코인만 들여다 보는 것보다, 어차피 서울에서 집 못사잖아 좌절에 묻혀 있는 것보다, 다 포기하고 저 스스로에게 무책임한 자세로 사는 것보다 바르고 열심히 사는게 저 자신에게 좋아서. 삶의 실낱같은 희망이 필요한 이유는 희망대로 삶이 흘러가서가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이 비로소 사람을 인간답게 해서 입니다. 왜이렇게 버티고 또 버텨야하나 내 안의 긍정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의 정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는게 "나 자신에게" 좋아서.


다 괜찮습니다. 제가 겪었던 일들이 나이 대비 빨리 온 것이든 늦게 온 것이든, 이번 기회에 주위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할 때 다들 누구나 한번씩은 겪고 삶으로 다시 복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자 주위 사람들에게 존경심도 생기고 동료심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위로가 되었습니다.


벅찰 때는 이게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걸 한번 더 기억하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했던 이유는 이게 나한테 더좋아서 였다라는 걸. 잘 왔고, 이렇게 또 인생의 고비를 또 한번 건너고 계신 분들 다들 올해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버텨줘서 고맙고, 이렇게 인생의 적당한 거리에서 저희 마음으로 응원하며 저희 간간히 오래오래 봅시다. 너무 오버하지도 희망회로 돌리지도 않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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