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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Nov 25. 2017

"가진게 열정밖에 없다"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말자

0. 이 글은 지난 4년 간의 프로젝트, 학업, 공모전 등등을 마무리하고 열매를 맺어야 하는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지금 막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열정은 당연히 중요한 자산이고, 저도 열정밖에 없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진건 별로 없습니다 ㅠ) 다만 우리 사회가 열정이라는 이름 아래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을 눈가리게 하는 것 같아서, 한번씩은 사회의 열정 패러다임에 대해서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해서 글을 씁니다.


1. 학회가 됬든 프로젝트가 되었든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사람을 뽑고, 함께할 사람을 평가하는 분에 넘치는 기회가 점점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상황에서 제일 sickness를 느끼는 유형은 "열정 만능주의" 어필입니다.  


1-1. 얼마 전 들었던 면접특강에서 "사회는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보상을 주지 않습니다. 자격을 갖추고, 무언가 이룬 사람에게 보상을 줍니다."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열정이자 가능성, 지금까지의 자신의 역사와 이룸이 전혀 뒷받침해주지 않는 근거없는 "일단 할 수 있습니다!" 라는 식의 어필은 학교에서나 믿어 주지, 사회에서는 얄짤 없다는 겁니다.


2. 채용 면접에서 동기를 중요하게 여겨 의욕이 넘친다고 하는 사람을 채용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사람은 취업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뤄서, 혹은 새로운 일자리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일단 덤벼보니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의욕이 사라졌다면?
(실제로 커다란 환경 속 개인의 자질이나 속성이 변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의욕이 사라진 순간 무능한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반대로 의욕은 일을 잘하게 되면, 그리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하나하나 이루면서 자연히 오를수 있고 저절로 강해집니다. 때문에 동기를 중시한 채용이나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일을 잘 할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티븐 로빈스, 매니지먼트의 정체)


개인의 동기가 약속해 줄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적습니다.


3. 성공하기 위해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돈도 인맥도 필요합니다. 열정으로 길을 닦고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작은 열정이지만, 과정과 끝맺음은 현실적인 조건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학교를 다니면서 작년까지 대부분의 용돈을 벌어 썼습니다. 집값은 런던보다 비싸고, 물가는 뉴욕과 비슷하고, 인건비는 그 반도 안되는 나라에서 대학생이 스스로 용돈을 벌어 쓰면서 학점 관리를 하고, 어학 공부를 하고, 여가 시간을 만드는 건 전쟁이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그 시간에 후회는 없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받아들이고 용돈을 받되 씀씀이를 줄이면서 그 열정을 다른 데다 쏟았다면 나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오르고 체력도 지금보다 나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넌 열심히 살았잖아, 라는 멘탈 마스터베이션보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현실 인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지금은 더 적절한 방식으로 생활하는 올해 성과도 더 나오고 지치는 것도 훨씬 덜합니다.

열심히만 해야지, 라고 무딘 도끼로 여러번 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간을 확보하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웁니다. 하루에 몇장, 구체적으로 몇시부터 몇시 시스템을 만듭니다.


4. 한국처럼 공부 방법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도 또 없습니다. 외국의 경우 글 하나를 읽는 법도 여러가지입니다. 빠르게 내용만을 파악하는 skimming, 문단과 문단의 관계를 파악해서 깊게 생각하는 logical thinking 등등. 반면 한국의 경우 시간과 노력만을 절대명제로 삼습니다.


그 결과는?
12년을 의무교육을 받아도 1년 미국 유학 다녀온 사람보다 영어를 못하는 대부분의 국민 여건을 생각해보면 이건 말도 안되는 시스템입니다. 반면 열정이 낮아도 학습자의 상황에 맞춘 시스템이 생긴다면 기본빵은 생깁니다.

시대가 원하는 지식은 나날히 바뀌고, 당연히 적절한 방법론과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도 세분화되어야 맞습니다. 사회적으로 방법론이 발전하지 못한 약점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원인을 돌려 각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세태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5. 방법론과 별개로 결과 측면에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자신을 설명할 때 모호하고 되지도 않는 내부 속성만 들이대지 맙시다. 자신이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뭘 했는지 근거를 대서 말합시다.

저도 예전에 마음만 클때, 마음이 너무 커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은 염두에 두지 못할때 일단 이야기하고 봤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예시를 들고, 과거의 케이스를 가져오고, 미래에는 어떻게 할지 프로토타입을 짜서 전달하는 것은 비즈니스 또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부모님이나 친구는 일단 덮어주고 우리를 믿어주지만, 인생에서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면접이 되었든 제안이 되었든, 브레인스토밍이나 킥오프의 자리가 아니라면 자신이 이룬 것들, 아무리 작더라도 결과를 낸 것들을 분석해서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설명합시다. 꼭 성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획과 실행을 통해 우리는 변하고,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의 심리를 설명한다면 보다 설득력있고 자기 자신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정만 가지고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이랑, 이루든지 깨지든지 꾸준히 생각해 온 사람은 다릅니다.


6. 그러니까 제발 열심히만 하면 다 된다는 열정 신화 좀 집어치우고, 너무나도 소중한 열정을 어떻게 꺼지지 않게 간직하고, 단계별로 어떻게 활용할 건지 생각해 봅시다. 열정적인 초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중심 잘 잡고, 끝심 살려서 목표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7.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위와 같이 말하는게 참어렵습니다. 인생이란 역시 쉽지 않은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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