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e Nov 25. 2017

"대학 나와봤자 뭐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

0.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요새 취업준비를 하면서 신토익 응시를 다시 앞두고 인강듣고 있다. 전에 받았던 점수가 2년 만료됬기 때문.
사교육 인강 강사들이 늘 그렇듯, 학생들의 마음에 팍팍 꽂히는 여담을 잘하는데 인상깊었던 여담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봤자 기획서 하나를 못쓴다" 였다.


1. 그리고 맞는 말이다. 그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이론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실무와 지식은 다르다. 많이 알고 공부 잘하는 얘가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직장에 가는게 아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사랑받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직장에서 느낀 직장의 제 1덕목 중 하나는 "눈치"였다. 소위 빠딱빠딱 알아먹는 능력이다. 이런 친구들이랑 일해보고 싶습니다 주위에 있으면 소개좀...  


2. 산학협력도 해보고 스타트업 사람들도 만나고, 여기저기 다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형성되있는 의견 중 하나는 "일 잘하는 얘"가 별로 없다는 거다. (물론 누가 일을 잘하고 못하고 판단할 그런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만은...) 분명한 사실은 대학을 다니면서 스스로 구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 그리고 임계점을 넘어 성취를 이룬 경험이 있는 사람이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대학 나와봤자 쓸데 없다"라는 말을 나도 한다. 며칠 전, 가족행사에서 고3 사촌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고모에게 그런 말을 해드렸던거 같다. 내가 대학생이고 상대적으로 가진 입장이라 막말한게 아니라 진짜 그렇다. 자기 스스로 이루고 자기가 원하는지 여기저기 부딪혀보고 원하는 게 있으면 싸워서라도 얻어야 한다는 걸 대학은 말해주지 않는다. 학벌이란 생각보다 약한 보증서다.


3. 몇십년 동안 그런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기업은 "대학이 쓸데 없는 것만 가르친다, 이러이러한 소양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라고 하고, 대학은 "우리는 직업 양성소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 서서, 이어지는 암기식 교육의 피해자인 대학생은 고통받는다.

직업양성소가 아닌건 맞다. 대학은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구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그 목적에 충실하게 대학은 기능하고 있는가.


4. 좋든 싫든, 윤리적으로 옳든 옳지 않든, 현재는 자본주의 사회다. 뭔가를 이루고 성취하는 것이 정상인 곳이다. 대학은 직업 양성소다 아니다를 떠나서 "생산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기업인들이 봤을 때 대학 나온 얘들이 할줄 아는게 없는 이유는 학문 그 자체로는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탐구만 하고 외우기만 많이 하던 얘들은 성취와 이룸, 자신의 몫을 책임지고 완료하는 법이 낯설기만 하다.


4-1. 그리고 비즈니스를 떠나서 인생이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룬 것들, 가지고 싶은 것들로 채우는 과정이다. 세상은 만만치가 않고 정말 원하는게 있으면 싸워서라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자기 손으로 인생을 일궈야 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실은 이미 시작했음을 알려줘야 한다.


5. 이번에 수업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타겟 페르소나를 짜는데 타겟의 핵심 value 여러가지를 찾아보다가 눈에 띄는 value가 있었다. "지적 허영심"이었다.

허영심이라는 번역의 뉘앙스가 다소 부정적일수 있는데 이 밸류의 의미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알아가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네이밍은 현대사회의 구조나 원리, 그 컨텍스트적 사고를 일부 반영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많이 알기만 하는 건 "허영심"이다.


6. 인문학이 다 쓸데 없고 모든 학문은 다 쓸데 있어야 된다 라는 말을 하는게 아니다. 존재 그 자체로 소중한 것들도 있고 그런 것들을 지켜야 하는 것도 맞다. 다만 그 존재가 존립하려면, 그 존재가 속하고 있는 콘텍스트가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다.


7. "대학 다녀봤자 다 쓸데없다" 는 말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비즈니스의 분야, 사회 운용의 분야에서는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그럼 그걸 어느정도 반영하고 얘들한테 알려주는게 정상이다. 대학생들 비싼 돈 내고 수업듣는데 안그래도 피곤한 인생 사회에서 자리 찾는 것 좀 쉽게 하자.

사회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은 항상 정답이 아니지만 흐름과 무관하게 자기 입장만 고수하면, 그리고 그 입장 고수하는 편이 대학이든 기업이든 사회 운용에 책임이 많은 단체라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취준생(=나)

젊은 층의 안정중독이든, 대학과 기업간의 불협화음이든 좀 다들 징징대지 말고 해결하자. 각자가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은 어디까지고, 세상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노력을 할지 대학생들한테는 뭐가 필요할지 생각좀...광활한 사회에서 "권위있는 기관/단체"와 "개인"이 할수 있는 일은 너무나도 다르고, 그런 구조 상에서 기관이 지는 책임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8.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는 것이 정상인 사회에서, 저를 비롯한 모든 사회 초년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무사히 마련하길 바랍니다. 급변하는 세상 속 우리는 답을 우리 안에서 스스로 찾아야 하는 세대이지만, 세상을 읽어가고, 스스로 일어서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요청하는 것 역시 젊은 세대의 Task라 생각해 글을 씁니다.

작가의 이전글 "가진게 열정밖에 없다"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말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