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왜 이래서 미국 오는줄 알겠다
*이 글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커피챗, 사적인 대화, 경험에 기반합니다. 제가 속한 회사, 단체, 공식일정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음을 밝힙니다.
2주간의 미국 장기 출장을 마치고 드디어 한국에 왔습니다. 밀린 일은 한가득이고 Jet Lag 때문에 또 일주일을 어질어질해하면서 일을 했네요. 지금 살짝 분조장이기 때문에 여기 아직도 해외출장이 여행인지 아는 철없는 자가 있다면 제발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2주동안 한국시간대에 맞춰서 일하고 미국시간대에 맞춰서 일하고 심지어 미국 일요일이 한국 월요일이라서 어느날 제가 일한 시간을 세어보니 순수 업무시간만 18시간이더군요... 후후...
물론 안가는것 보다는 가는게 좋긴 합니다만 너무 빡셉니다. 그 힘든 광고회사 스타트업 외국계회사에서 "제대로"일하면서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저한테도 힘들더라고요. 제가 일하면서 힘들어서 죽을거같다라는 이야기 잘 안하는데 진짜 1주일 더 있었다간 죽었을거 같네요.. 하여튼... 출장 내용이 기밀이라서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개인적인 브런치에는 적을 수 없지만 제가 미국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생각을 했는 지 적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싱가폴에서 공부했고, 일했고, 계속해서 싱가폴 진출을 꿈꿨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말레이시아 권 담당하는 해외 회사 position에 합격했기도 했고, 아마 이전 직장 그만두고 여기 직장의 좋은 포지션을 얻지 못했다면 싱가폴 진출을 했을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유학생 일기> 2018 브런치북을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brunchbook/jessie-in-sg
싱가폴은 로컬출신의 미국 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집안의 영어 스피커인 저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악센트가 완전하지 않다고 2류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고 실제로 업무 현장에서 커다란 차이를만들지 않았습니다. 읽고 쓸수 있으면, 어느정도 완전한 형태의 비즈니스 문서를 만들수 있으면 공부하고 일을 할수 있었고 Standard US/UK 영어의 기준에 맞춰서 내 영어의 완전함을 걱정하기 이전에 부딪혀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볼수 있었죠. 때마침 GRE의 영어가 강대국의 기준이니, 인도 등 제 2 언어로서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영어 형태도 하나의 언어 양식으로 존중받아야 하니 이런 다양성 담론이 터져 나오던 때였습니다. 때에 잘 맞춰 저는 2017-2018년 싱가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동남아시아 대상 송금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표준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한 나라 국가의 사람보다 여러 인종, 혼혈의 정서를 만나고 생각을 교환하는게 저의 성향에 더 재밌고, 좋은 결과를 얻게 해줬죠.
해외진출을 원하는 저에게 왜 다들 미국이 아니라 싱가폴이느냐고 물었고 저는 이 질문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죠. 항상 아시아권 진출을 꿈꿨습니다.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성장하는 시장, 그에 맞춰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먼저 시작한 자에게 우위를 주었습니다. 저도 재미있었고, 문화적으로 친숙했고, 제 친구들도 인도네시아 등등의 나라에서 재외국민으로 나고자란 사람이 많아서 커뮤니티도 있었습니다. 싱가폴에서 커피챗했던 스타트업 대표들도 잡오퍼를 줬었고. 왜 그렇게 미국에 목을 매는지 저는 알수가 없었습니다. 저에게 더 편하고, 친숙하고, 나에게 기회를 주는 땅이 있는데, 그리고 5시간 밖에 안걸리고. 뭔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미국까지 가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제 편협함 그 자체였죠. 부귀영화는 있었습니다.
고작 1-2주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제 지난 10년간의 편견은 깨졌습니다. 역시 20살때 여행이랑 30먹어서 오는 출장은 다르군요. 10년이 지나면서 짬도 좀 찼고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나봅니다.
제가 한 10년 후에 내가 저렇게만 되도 진짜 성공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제롬입니다. 한국, 아시아권, 미국 전반에 걸쳐 제조업 관련된 일을 하는데 스페셜리스트의 전문성과 제너럴리스트의 융합성을 지닌 유니콘인데.. 난 언제 저렇게 되나 하여튼 더 이야기하면 이분의 신상이 드러나니까 그만하겠습니다.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제롬과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이 말을 꺼냈습니다.
"근데 진짜 왜 미국 오는지 알겠네요. "
"아 정말요? 왜요?"
"스탠다드로 일하잖아요.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 이제까지 일해왔던 역사에서 비롯된 업무 매너, 그런것들도 가식적이든 진짜든 친절한 척이라도 하면서 일을 잘 만들려는 성향이 높이 사지고. 합리적으로 일을 만들어 가려는 성향이 짙잖아요."
그렇습니다. 스탠다드는 영어 뿐만이 아니었죠. 커뮤니케이션 태도, 시간 약속, 일을 하고자 하는 방식에서 배어나오는 가치관. 물론... 다 합리적으로 한다는건 아니고 어디든 사람사는데가 "하는 척" 과 "정치싸움"이 없겠느냐 만은 그들은 긴 산업발전의 역사를 가지고 다양성 커미티를 꾸린 경험과 이메일 쓰는 법, 일을 하기 위한 프로토콜 정립법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었죠.(물론 다그렇진 않겠죠 거기도 사람 사는 덴데,,, "비교적" 그렇다는 말입니다.)
우선 아시아 마켓은 제가 미국과 비교했을 때(물론 제한된 경험 제한된 제 관점에서의 생각이지만) ...... 비교적 좀 짜칩니다. 짜친다라는 단어가 애매하긴 한데 아마 아시아권이랑 미국 둘다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아실 겁니다.
그나마 아시아의 금융 허브라고 여겨지는 싱가폴은 금융업 분야에서는 그나마 좀 나은데 제가 주로 접했던 광고이벤트 종사업이나 여러 나라의 인력을 섞어서 빨리 스핀오프 하는 스타트업같은 경우는 쿵짝쿵짝해서 일단 만들고, 조합하기 어려운 인력과 문화를 섞어서 뭐라도 일단 만드는 "매니징 능력"을 주로 키워졌던거 같습니다.
Broken English 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랑 있으니까 말도 일단 그냥 하고, 누가 뭐라 해도 대충 눈치로 때려맞춰서 빨리빨리 일했죠... 물론 이때의 경험이 지금저에게 피가되고 살이되어있지만 하여튼 그랬습니다.
산업 발전기에 그 나라 국민과 직원들이 가진 집단기억도 한국과 완전히 달랐죠. 개인적으로 부러웠던 건, 도전정신입니다. 도전정신이 미국인이 더많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고, 도전 정신을 비즈니스에 있어서 접하는 자세가 다릅니다. Fast-follower 전략을 따랐던 한국은 어딜가나 기획을 할때 "레퍼런스"를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진짜... 신사업 컨설팅하면서 없는 레퍼런스 만들어가면서 설득했던 그때를 생각하니 좀 울것 같네요.
아무튼 미국에서 일하는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하고 나 미국 왔다고 전화하고, 채팅하고, 실제로 만나서 커피챗하고, 주워듣기도 해보고 일얘기 하면서 느낀건데 미국은 어찌되었던 기축 통화 국가로서 G2에 속하고, 세계 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선도해왔다라는 산업적 자신감이 있습니다. 내가 1위회사든 100위 회사든 그 자신감을 공유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해왔기 떄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 산업을 이끌어가면서 꼭 필요한 하나의 business pillar 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자기네들은 그렇게 안느낄수도 있는데 미국 산업군과 일하지 않았던 7년차 직장인으로서 저는 그 차이점이 두드러지게 다가오더군요.
비슷한 이야기를 SEA 공항에서 에듀테크 스타트업 대표 제제를 만나 나눴습니다. 그 이야기는 제가 미국 다녀와서 밀린일이 너무 많아서 이거부터 하고 써야할것 같네요. 2탄도 기대해주세요!